<14화> 7. 나 왔어. (최종회)

단편소설 <서쪽 끝> 최종화

by allen rabbit

혼란에 빠져 돌아보는 순간, 칼을 빼앗은 안경이 수수깡의 목을 찔렀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면서 수수깡은 그대로 거꾸러졌다. 당황한 안경은 곧바로 열린 방문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왔다.


“씨발! 비켜!”


얼이 빠져 있던 나는 그만 안경과 한 덩어리가 되어 방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바로 그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얼굴과 손에 와락 덮쳐왔다!


방문 안으로 들어선 바로 다음 순간 어째서인지 나는 물속에 있었다. 눈앞에 모랫바닥이 보였다. 물을 들이마신 나는 숨이 막혀 발버둥을 쳤다. 어느새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굳건히 딛고 있던 바닥이 사라지자 나는 위아래를 구분할 수 없었다. 허둥대는 통에 바닥에서 피어오른 모래가 시야를 가렸고 나는 더욱 당황했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나는 바닥을 짚고서야 겨우 위아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모랫바닥에 발을 딛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물 밖으로 몸을 내밀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을 때, 물은 겨우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이 강인지 호수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는 한밤중이었는데, 지금 이곳은 밝은 낮이었다. 문 하나를 통과한 것으로 시간과 장소가 모두 달라진 것이다! 곁에서 안경이 나를 지나치며 중얼거렸다.


“뭐야…. 어디야? 여기가 서천이야?”


돌아보니, 조금 전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물을 헤치며 건너편 뭍을 향해 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에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쇠 비린내가 훅 끼쳐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한철이 다가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철이 잊어버리고 싶은 것은 나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쓰던 소설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차츰 이전에는 전혀 기억에 없던 어떤 한 사람이 어렴풋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찢어진 레깅스에 스멀스멀 번지던 핏방울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 이름을 불러보았다.


“연희야…. 나 왔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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