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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pr 14. 2024

불안으로 기록이 는다

불안은 충동성을 늘린다

- 불안은 충동성을 늘린다. 불안으로 기록이 는다.

생각난 거부터 적기. 안 그러면 잊아버리니까. 뭐였더라 생각하고 답답해할 테니까. 그 말 좋았는데. 쓰려했는데. 혼자만의 아쉬움으로 남으니까. 생각난 거 먼저 적는다.

점심시간. 식사로 챙겨 온 걸 출근하고 오전에 먼저 먹었다. 잠시 바깥공기도 쐬고 싶어 자전거 타고 가까운 집에 다녀왔다. 마음의 번뇌가 끊임없이 있음에도 날이 좋아 마음에 가벼움이 잠시 들어왔다.
그저 좋은 기온, 선선한 바람, 탁 트인 파란 하늘, 둘러 있는 초록나무들. 자연은 도심 속에서 생색 없이 너무나도 조용히 살아 숨 쉰다.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사진을 찍고 동영상에 담았고 알지 못한 채 담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며 생각으로 다듬는 과정에 비로소 발견한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 자연을. 난, 내 눈에 보이고, 내 피부이 닿는 온도와 촉감에 편안하고 기분 살랑임을 느끼고서 핸드폰을 들어 찍는 반응을 했음을.
자연이 담긴 사진이 좋다. 그 속엔 방금 내가 느끼고 온 청량한 공기가 담겨있는 것만 같다.

냉동실 빵을 꺼내 먹으면서 풀리쉬 없이 바로 만든 빵의 퍼석함을 생각으로 느끼고, 풀리쉬 한 반죽으로 만든 빵이 더 목 메임 없이 먹기 편한 빵임을 아까 2층 일반열람실 선생님의 말에 빗대어 생각하고 정말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웅얼거리며 먹었다. 그렇게 말한 걸 듣고서 정말 그런 거 같다고 생각하는 나,는 귀가 얇은 사람인 거 같다. 남의 말에 먼저 수긍하고 본다. 정말 그런 거도 같다. 난 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말이 내 말이 돼버리는 그런 사람의 면도 어느 정도, 아니 어느 정도 이상 있는 거 같다.

시간이 금방 간다. 12시 50분이 되어가 서둘러야겠다는 맘이 먼저 들었고 어느 정도 먹고 배불렀고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 쉽게 일어났다.
달리는 자전거 위 시원한 바람이 새로운 호기심에 눈뜨게 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노란색의 카페. 귀여움 터지게 웃고 있는 손흥민의 사진이 대문에 정말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는 곳. 자석이 서서히 가 닿듯 그곳으로 향해 자전거를 세웠다. 커피 주는 창으로 보이는 메뉴판의 제일 위, 아메리카노. 다들 아이스를 가져가 투명컵만 보았는데 핫이 있을까. 당연 카페면 있을 텐데. 하고 안을 보니 하얀 종이컵이 꽂아져 있다. "아메리카노 핫 하나 주세요."

휘낭시에 오발틀이 오던 날 익숙한 미루기에 익숙한 나의 패턴과 달리 택배가 온 그날 바로 틀을 꺼내 씻고 계량하고 반죽하고 오븐을 켜고 구웠다. 해보지 않은 일은 시작하기 진입벽이 높아 생각으로 밀쳐놓고선 무수한 시간 동안 방관하고 묵히던 버릇을 스스로 싹둑 잘랐다. 해야 하는데 하며 끙끙 앓지도 않고,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며 비련 한 신세타령으로 비화하지 않았을뿐더러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를 알았고, 내가 한 행동으로 내가 가장 기뻤다. 그날 생각했다. 매일, 새로운 걸 하나씩 하면 좋겠다. 매일 새롭고 신선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겠다고.

오늘 바람마저 신선한 날, 선명한 노란색으로 눈길 끄는 카페에 자전거 발길이 이끌려 갔고, 평소 잘 사 먹지 않는 커피를 사 먹는 것으로 오늘의 새로운 일, 하지 않던 일 해보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기쁘게 주문했고 좋은 사람처럼 웃고 있는 광고 모델과 같은 편안한 웃음이 내게도 생겼다.

이런. 자전거만 탔다. 손잡이에 걸어 둔 커피 생각을 못 했다. 도서관에 도착해 자전거 세우고 나서 알았다. 커피가 흘러넘쳤다. 자전거 탈 때 커피가 흘러 넘 칠 걸 생각하고 타야 한다는 걸, 오늘 자전거 타는 날 커피 테이크 아웃을 해보고 알았다.

자전거 타던 날 오늘처럼 그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고 도서관에 왔던 기억이 한 번 있다. 지금처럼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서. 그땐 흘러 넘 칠 걸 생각하고 달렸던 기억. 이번엔 날씨가 너무 좋아 잊었던 거 같다. 그때도 잘 사 마시지 않는 커피였고 사 먹는 별것 아닌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즐거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아닐 것 같은 커피 한 잔의 테이크 아웃이 내겐 특별한 일로 치부될 만큼 가뭄에 콩 나듯 한 일. 그걸 오늘의 새로운 일로 치고 했고 덕분에 알게 된 건, 공공 도서관 화장실 화장지 위에 있던 작은 선반의 용도. 커피나 음료 올릴 수 있는 작은 쟁반 같았다. 테이크 아웃 음료를 많이 마시는 요즘에 새로 생긴 필요를 위한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몰랐던 걸 알았고 후에 작은 챙김이 주는 디테일에 약간의 감격이 있었다.


어제 카톡 이모티콘 현금 결제를 했다. 내가 절대 하지 않던 일. 이모티콘 현금 결제를 어제는 안 해 본일 시도해 보기!로 생각하고 했다. 어제의 새로운 시도, 경험이었다. 그 생각으로 하니 결제하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재미였다. 생각에 따라 마음은 180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다. 새로운 시도하기를 생각하고, 행동하며 알게 되고, 깨닫는 기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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