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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pr 24. 2024

빵의 기쁨

삶의 밸런스를 맞추다

새 오븐이 왔다. 비싼 오븐이다. 가정용으로 들이기엔 전력사용양도 만만치 않다. 배송기사님이 집 전력에 대해 물으실 만큼. 안되면 되게 전기를 연결해 주겠다는 남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물건을 받았다.


다음날부터 비싼 윌파반죽기로 빵반죽을 했다. 깜빠뉴로 오븐을 개시했다. 그날부터 매일 반죽기와 오븐으로 빵을 만들었다. 수업에서 배워온 두부 치아바타 레시피대로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긴 발효와 굽는 시간, 긴 예열과 굽는 시간, 그 시간 동안 큰 오븐 작동소리.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하고 빵 만들며 오븐 앞에 붙어 있게 했다.


그 시간에 (발효되는 시간, 예열하는 시간, 굽는 시간) 글을 썼다. 빵 만들며 찍은 사진과 함께 앱에, 인스타에 글을 썼다. 사진과 함께 기록물을 남기게 됐다. 재미가 붙었다. 기록하고 빵 만들고. 왼손 오른손 둘이, 사다리 타기 손가락 올라가듯이 했다. 빵 만들고, 사진 찍고, 사진과 함께 글을 쓰고. 내 기록물이 쌓였다. 쓸수록 더 만들게 되고 또 써지게 된다. 좋은 선순환이 된다.


그러면서 빵 만들기라는 취미가 내 삶에 안착했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 기쁨이 생겼다. 즐기는 인생의 순간을 살고 있었다. 학교, 공부, 시험이라는 한 가지에 집중된 무의식. 거기서 파생된 갑갑함, 옥죄임, 매연 가득한 답답함 속에서 탈출했다.


런던 아이가 보이는 탁 트인 하늘색 하늘이 보이는 시야를 갖게 된 것만 같다. 꽉 막힌 스모그 가득한 런던의 18세기 산업시대 공기에서 대낮의 연한 하늘, 바람에 날린 구름, 안온한 공기와 바람이 있는 런던이라는 관광지에서, 부풀어 있는 가슴을 갖고 있는 나로 바꾸어 주었다.


삶의 추에 취미가 하나 생겼다. 한쪽으로 축 꺼져 있던 저울에 평형을 맞춰 주었다. 삶의 기쁨이 있다.


험기간, 시험 당일인 오늘도 시험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취미의 발견 덕분이다. 내일 시험이 끝나면 다시 매일 하는 빵 만들기 취미에 을 퐁당 담글 것이다. 그 하루를 카운트하며 기다린다. 이게 행복이지 않을까. 나의 즐거움을 찾았다. 기쁨 있는 삶을 알았다. 다행이다. 알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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