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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07. 2024

울 때 보는 우주

첫날 울다

나는 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생각했고 편했고 거의 아무렇지 않았다.

내 개인의 감정과 별개로 공동체 속에서 분리된 듯한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안전하지 않다는 게 미약한 불안정감을 만든다. 그게 집에 와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있으니 눈물이 되어 나온다. 익숙한 듯 휴지를 한 칸 뜯어 접어 눈에 대고 터지는 눈물을 머금게 한다. 눈에서 혜성이 움직이는 우주를 본다.

울 때면 늘 이렇게 소리 죽여 운다. 흐느껴 운다. 그러다 금세 그친다. 조금의 눈물을 흘리고는 마음을 다잡고 추스른다. 울어도 별 수 없다. 지나갈 기분인 걸 안다. 어쩔 수 없다. 울어서 마음에 얹힌 감정을 일부 흘려보내고 다 씻어 보내지 못한 건 심연 깊이 가라앉게 둔다. 큰 소용돌이가 일어 뒤집히고 따뜻한 볕이 깊이까지 들어오면 가벼운 먼지처럼 바람에 날아갈 때가 있을 거다. 내가 나를 단단히 지키고 보살피기 위해 나를 위하며 산다면 맑은 호수 같은 심연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시선을 나에게로. 그들은 그들의 삶으로 두고, 나는 나의 삶을 앞을 보며 뚜벅뚜벅 걸어 나가면 된다.

오늘도 평안하게 내 삶을 살고 왔다. 조금은 안타깝게 살아내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걸음마 아이 같다. 걸으려 시도하면서 수없이 넘어지다 보면 잘 걷게 될 거니까 내일도 오늘처럼 그렇게 걸어보자. 나의 즐거운 하루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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