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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07. 2024

나르시시스트와 함께하는 학교생활

2학년 1학기 첫날

작년 2학기 첫날부터 흘기는 눈을 보았고 나는 대응하지 못했다. 무시하는 눈빛을 보고 같이 있는 사람이 있어 뭐지, 무슨 상황이지, 생각만하고 반응은 못한채 바보같이 아무렇지 않게 내 자리에 앉았다. 반학기가 지난 지금도 그때의 그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상황이면 얼어버리는 내가, 기분나쁜 내색을하고 왜 그러냐고 기분나쁘다고 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먹잇감으로 나를 내어준 꼴이 되었다.

한학기 내내 이어졌다.

함께하는 무리에서 따돌림은 계속됐다.

-얘는 아냐

-애는 단톡에서 빼야돼

투명인 취급, 말하는 데 눈 안 마주치기, 나만 쏙 빼는 행동과 말들, 일부러 무시를 드러내고 자극하려는 말과 행동들, 이따금씩 던져주는 부스러기 먹잇감.

그 옆에는 나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할때 말없이 앉아 있는 짝 언니 y가 있다. 평상시에는 말없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있다가 가끔 내편이 되어 내 생각해 주는 말을 했다. 교활한 k의 먹잇감으로 생채기를 얻을 때 상처받을 나를 이해하는 언니가 챙겨주는 걸 느꼈다.

학교라는 단체 생활에서 소그룹이라는 소속감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안다. 그 언니는 나르시스트인 k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학기초 한자리에 앉아 짝꿍이 되어 1년을 보냈고 그 사람과 바로 옆자리 짝꿍으로 지내며 나를 향해 k가 공격적인 말들을 일부러 할 때 대부분 말없이 있었다. k가 일부러 나를 무시하려고 기분나쁘게 하려고 하는 말인 걸 알며서도 무반응을 하며 단체 속 자기의 소속감을 지켰다. 그리고 k와 관계되지 않을 땐 나를 친절하게 챙겨주어 물이 귀한 사막에서 오아시스처럼 귀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편한 언니 j가 있어 그 언니에게 과하게 웃으며 벽없이 가까이 다가갔다. 나 언니 좋아요를 그대로 드러내며. 그런 언니가 여름방학 후 2학기 개학하며 달라졌다. 처음에는 몰랐다. 한번씩 싸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언니를 좋아했고 따랐다. 그런데 k가 j언니에게 가 내 뒷말을 하는 거 같을 때, 그 때 알았다. 학기 초 변했던 언니의 나를 대한 태도. 그 이후 쌔한 행동과 말들. K의 이간질인지 k의 말에 넘어가 나에게 반감을 갖고 있음이 보였다. 그 언니의 태도는 2학기 기말고사 마지막날까지 유지 됐다. 그 언니에게 해바라기 처럼 향했던 내 마음을 돌린다. 거리두기, 선지키기를 지킬 사람으로 이제 둔다.

i는 k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이다. 단톡방은 i의 독주무대다 시피하다. 톡을 개시하고 k가 바로 답글을 달고 톡에서 같이 호흥하는 s와 함께 셋의 핑퐁 톡이 바쁘다.

처음에는 내게 호감을 갖고 다가오던 i가 2학기가 끝나갈 때는 변했다. k의 사랑스런 아이처럼 됐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가진 술자리에서 소주 한병이상을 마시고 췻기에 취중진담으로 나를 같은 말로 두번 공격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k는 강아지 머리 쓰다듬듯 i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편에서 볼 때 주인곁에서 애교피우는 개가 돼있었다.

s는 i와 나이가 같아 학기초에 둘이 친했고 지난학기 둘간의 이상한 눈빛을 보고 한차례 둘간의 안좋은 감정이 있음을 보았지만 무리 속에서 혼자가 아닌 짝꿍이 필요함을 아는 사람으로서 둘간의 끈을 놓지 않고 친한 친구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서로 하는게 보였다. 무리에서 혼자인 건 외롭고 무섭고 두려운 것이기에 인간이 갖는 자연스런 본능의 발현을 보았다.

s는 자기관리가 대단하다. 자기가 이쁨을 알고 옷을 굉장히 좋아하고 교회에 열심히며 대화할 때 상대방을 존중과 배려하는 기술을 갖고 대할 줄 안다. 나를 감싸주었다가 k를 의식해 거리를 두었다가 k의 나를 밀어내는 걸 행동을 보고 챙겨주었다가. 착함과 본성사이 스탠스를 가장 잘 유지하는 사람이다.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사람에게 기대치를 낮춰 상처를 덜 받고 그들의 말과 생각, 행동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감정의 주인은 나로서 그들에게서 영향받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기를 쓰면서 나를 돌아본다. 그 상황에서 반응하지 못하고 스폰지처럼 마음에 담아둔 무거운 감정을 글로 쓰면서 짜 내어지는지 내게서 일부가 빠져나간다. 내게 안테나를 두고 나를 내가 보호하고 돌보면서 나를 생각해주며 지내는 게 늘어간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말. 그말을 조금은 이해한 지난 학기였다. 졸업을 위해 학교는 다녀야 하는 곳. 그곳에서 살아남기위해 나르시스트인 k를 놓음으로써 그의 감정은 그의 것, 나의 감정은 내 것으로 할 수 있었다. 이젠 그 사람에게 눈 마주치지 않고 반응하지 않으며 내게 집중한다. 오히려 내 시간을 더 갖고 책을 더 읽게 되고 공부와 배움, 취미에 관심을 몰두하게 되어 자기개발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나쁜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이 말이 이해됐던 지난 학기였다.

오늘 3월 4일. 새학년의 새로운 1학기가 시작된다. 시간의 여유가 충분해 책과 함께 하는 하루를 좋아하게 된 나였다. 개학이 다가오는 이주전쯤부터 평화롭고 안정적이던 마음에 구름이 끼기 시작함을 느꼈다. 다시 나르시시시트가 소속된 모임에서 배척되지 않으려고 무감각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 안한 채로 영혼의 일부를 제하고서 지내야 할 생활에 대한 답답함이 천천히 다가옴을 느낀 것이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지금, 이개월의 방학 후 k가 있는 단체속으로 생활하러 들어가기전 착잡함이 있는 상태다. 그걸 스스로 해결 한다. 운동을 제 1의 우선순위로 두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등하교용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방학동안에 그랬던 것처럼 주5회 수영을 할 생각이다.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관리가 된다. 겉모습의 중요성을 안다. 식단과 함께 운동으로 군살없는 건강한 몸을 갖는 것에서 자신감있는 태도가 생긴다. 활기차고 명랑한 나를 유지한다. 운동은 오늘을 충분히 즐기면서 생활할 기본값의 세팅이다.

더불어 나쁜 음식을 멀리하고 좋은 음식을 선택해 건강한 나를 만든다.

방학중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시간이 나면 책읽을 시간을 갖을 수 있어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된 나를 알게 됐다는 것.

운동, 건강한 식사, 책. 배움과 취미가 있는 삶이 나의 방탄막이 되어준다.

오늘도 내 삶 속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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