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왔다고는 하지만 한겨울과는 다른 추위의 2월 어느 일요일 오후,
두꺼운 패딩은 앞을 여미지 않아도 좋았고
쌀쌀한 바람도 몸을 움츠러들게는 하지 않았다.
햇살은 차면서도 제법 따스하게 느껴졌다.
봄채비를 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성당 옆 너른 밭은 보기에도 흙이 부드러워 보였다.
차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어디선가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밭 위로 뛰어나왔다.
추위 때문에 최대한 몸을 낮추고 총총결음으로 왔다 갔다 하던 한겨울과는 달리 발걸음이 통통 경쾌했다.
치즈 고양이 움직임을 따라가니 턱시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땅이 폭신해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두 마리 고양이는 서로 뒹굴며 장난이 한창이다.
겨우내 추위를 무사히 견디고 저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뛰노는 걸 보니 저절로 기쁨의 탄성이 나왔다.
따스한 봄(4~5월이나 늦으면 6월까지)이나 가을에는 암고양이의 왕성한 성호르몬으로 발정기가 시작돼 많은 아깽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아깽이 대란'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에 태어난 고양이들은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많은 수가 사망해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갓 태어난 고양이 50% 이상이 생후 30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살아남는 개체수가 훨씬 더 적어진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지만 아파트나 빌라 공유지에 길고양이들 급식소를 두고 다투는 일도 많다고 들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원하기 때문에 길고양이에게 밥과 물을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주민들과의 마찰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어떤 아파트에서는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루머가 퍼져 길고양이들이 씨가 말랐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함께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합의를 봐야 할 일이지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아직 추위가 가시려면 멀기도 하다. 한밤중과 새벽은 몹시 춥다.
추운 겨울 고양이가 따뜻한 곳을 찾다가 시동이 막 꺼진, 아직 따뜻한 자동차 본네트에 들어가 잠이 들 수 있다.
차에 타기 전에 본네트를 여러 번 두드리거나, 차 문을 큰 소리가 나도록 닫거나, 좌석에서 발을 크게 굴러 주거나, 크게 경적을 울려주는 것이다.
차 안에 고양이가 있는 줄 모르고 시동을 걸면 고양이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기계에 부딪쳐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겨울철에는 꼭 실천할 일이다.
만약 모닝노크를 했음에도 고양이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119에 신고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집에서 늘어지고 낮잠을 자고 있는 차르를 안아주며,
길고양이들도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적어도 굶주리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