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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야, 봄을 맞을 채비를 하자!

가는 겨울에 몹시 아팠던 차르

by 모니카
마구 벗으려고 발버둥 쳐서 발톱까지 빠지는 부상을 당한 차르(가장자리를 반창고로 말아놓은 넥카라)






겨울은 문턱을 넘어오려는 봄을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다.

찬 비가 내리더니 때아닌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동장군은 안간힘을 쓰고 버틴다.

거의 다 온 봄도 성난 찬바람에 주춤하고 만다.


3월에

때 아니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앞이 안 보이도록 우산으로 막으며 '고양이 강제 급여용 주사기'를 사러 나섰다.

차르는 거의 4일째 사료와 물을, 심지어 추르도 거부하고 있다,

입원해서 수액을 맞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4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지방간으로 아주 위험하다기에 음식 거부 이틀째 되던 날 수액을 놔주기 위해 입원을 시켰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들도 입원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차르는 바로 전 날 이빨 정기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먹고 강제로 구강검사를 했기 때문에 연이은 입원은 더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액을 맞고 기력이 회복된 이틀 째는 넥카라를 벗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왼쪽 앞 발 발톱 하나가 빠지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다리에 꽂힌 바늘, 비좁은 화장실과 낯선 모래, 늘 먹던 것과 다른 사료, 활동성 있는 2살짜리 고양이가 버티기엔 너무 좁은 입원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사람들....


6개월 아깽이 시절 복막염으로 1주일 입원한 적이 있는 차르는 좁은 입원실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하룻밤 보내고 면회 갔을 때 계속 야옹 거리며 품에 꼭 안겨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입원 한 번 시킨 적 없이 무난히 키웠는데 늘그막에 입원한 고양이 때문에 이리 애를 태우고 있다.

차라리 아프다고 울기라도 하면 덜 할까?

아프면 아플수록 더 조용해지고, 자꾸 눈에서 사라지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광채가 사라진 눈과 웅크린 몸으로만 아프다고 말하니 더 애처롭다.




2월 마지막 날,

아침 먹고 차르는 일찌감치 이불속을 파고 들어갔다.

다른 날과는 다른 패턴이지만 '오늘은 고양이답네' 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녁 늦게 일어난 차르는 저녁 먹을 시간인데도 밥 달라고 보채지 않았다.

대신 토하기 시작했다.

쪼그리고 앉아 온몸을 꿀렁꿀렁 거리며 노란 액체를 토해냈다.

그런 토는 위장이 비어 있을 때 나오는 거라 했는데 사료는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눈빛이나 행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지켜보다가 4번째 토를 하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혹시 복막염이 재발한 게 아닐까?'


온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해지며 근거 없이 복막염 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니는 24시 병원 의사와 통화한 후 새벽 1시 30분에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할 때, 안에서 울려 나오는 가슴을 찌르는 차르의 비명 소리를 또 들어야 했다.

천만 다행히 복막염 의심 수치에서는 안전했다.

대신 간치수가 높았는데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구토 원인이 될 수 있는 이물질 섭취 흔적도 없었다.

다만 위에 물이 차 있고 장들이 운동을 안 해서 식욕도 없고 구토를 일으켰을 거라고 했다.

'장염' 진담을 받았지만 입원실 유리에는 '식음 전폐'라고 쓰여 있었다.


이틀 후 또 실시한 혈액 채취와 초음파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고 차르도 기력을 많이 회복해 퇴원을 허락받았다.


주치의 선생님은 스트레스에 비중을 두시는 것 같았다.

차르 발의 상처 때문에 내원하면 좋겠지만 또 오면 스트레스가 더 심할거라고 잘 소독해 주라고 하셨다.


모든 수치는 정상이지만 집에 온 후에도 차르는 여전히 먹기를 거부하고 구석으로만 파고들었다.


결국 식욕촉진제와 주사기로 강제급여를 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스트레스에서 서서히 벗어나서 그런 것인지 식욕촉진제 때문인지 차르는 강급 직전인 5일째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하자 기력을 회복한 차르는 밥그릇 앞을 떠나지 못했다.

습식이든 건식이든 너무 잘 먹어서 또 체할까, 토할까, 이번에는 많이 먹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7일 만에 응가를 성공했다.

아~ 얼마나 뱃속이 시원할까!

더 출출하겠다~


덧붙여서 울음소리가 바뀌었다.

응석을 부리고 사정없이 비벼대며 엄살 부리는 그런 가늘고 길게 내는 야~옹 소리!

온 식구가 매달려 안타까워하고 걱정한 것을 아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떠나는 아쉬운 겨울의 몸부림,

자신 만만하게 대기하고 있는 봄의 여유,

계절의 오고 감을 향유할 느긋함도 잃어버리게 한 일주일이었다.


혹시나 먹어 주실까 너도 나도 사 왔지만 쓰레기 통으로 가야 했던 각양각색의 사료들!

세 개, 아니 네 개나 되는 약봉지들,

결국 사용하지 않아 더 다행인 강제 급여용 주사기!

고양이는 지갑으로 키운다고 하더니 80만 원을 넘긴 병원 청구서!


그 모든 것은 차르가 회복된 후에야 비로소 보이더라.


우리 가족은 이구동성이다.

'복막염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저녁에는 아직 쌀쌀해 목도리를 두르고 퇴근했다.

좀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겨울이 밉지 않다.

겨울은 내 마음이 춥고 힘들 때 같이 있어 준 것 같다.

아마 화창하고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차르가 아팠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차르 때문에 실내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낸 게발선인장은, 엊그제 준 물을 마시고 축 늘어진 잎을 기운차게 일으켰다.

다시 살아날 것을 반신반의했는데...

혹시 얼까 걱정돼 겨우내 물 한 방울 주지 않았는데...

저렇게 꼿꼿하게 다시 일어나다니!

새삼 관심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홀로 꿋꿋했던 식물의 생명력이 대견스럽다.



차르야~

너도 저 게발선인장처럼 굳세고 튼튼하게 자라렴!


이제 화창하고 따사로운 봄을 같이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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