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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행복권

동물들도 고통과 불행을 느낍니다.

by 모니카 Mar 13. 2025
무럭무럭 자라자!무럭무럭 자라자!



아프면서 크잖아요~.

                        한 번 아프고 나면 훌쩍 성장해 있잖아요~.



주변에 손자, 손녀를 봐주는 사람이 많다.

임신했을 때는 배 부른 사람만 보이고,  아들이 군대 갔을 때는 군인만 보인다더니 그런 할머니 눈에는 귀염귀염한 아기들만 보이나 보다.

한참 재미있게 얘기하다 손자손녀 얘기가 나오면 그들끼리만 착착 통해서 아직 손자손녀 없는 나는 쳐다보고 웃기만 할 뿐이다.


이구동성이다.

자식 키울 때는 뭐가 뭔지 몰랐는데 손주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고...

참 재미있는 게

5살 손녀를 위해 맛있는 걸 만들어 놨는데 퇴근한 딸이 무심결에 먹을까 봐 걱정이 되더란다.

설마 먹을까 싶으면서도 굳이 한 마디하고 왔단다.

'그거 ♡♡ 거야~'


아직 아들들이 결혼을 서 그런지 손주들이 부럽다거나 손주가 생기면 봐 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설사 부럽다 하더라도 손주들 돌봄은 거의 다 친정엄마 몫이라 시어머니는 봐주고 싶어도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엄연히 친정 엄마가 계셨어도 나의 두 아들들은 시어머니가 다 돌봐주셨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손주들 보는 할머니들은 손주들이 아프면 세상 우울해 보인다.

자식 아팠던  때보다 더 애가 탄다며

'그래~ 아프면서 크는 거지'

하면서도 괜히 딸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아프고 나면 또 훌쩍 큰 손주를 데니고 오기도 하고.




아들 키울 때 생각이 난다.

엄마 아빠가 처음이라 그 가녀린 생명이 어찌 될까 맘 졸이고 철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아들이 신생아 때

쌔근쌔근 잠든 아기 얼굴에 모기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놀라서 검색해 보니 모기는 정확히 모세혈관에 주둥이를 꽂고 두 가지 화학성분, 마취제와 혈액응고 방지제를 분비한다는 것이었다. 만지기도 겁나는 청정한

어린 생명이 어떻게 될까 소아과에 전화하고 난리를 쳤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들이 2개월이나 됐을 때인가?

잇몸에 하얀 물집 같은 것이 쪼로록 나 있었다.

마침 일요일이라 소아과는 닫아서 치과의사인 교회 집사님한테 물었다.

그분도 신생아 아빠였는데 심각하게 들여다보시더니 바로 그분 병원으로 자자고 했다.

거기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붙들고 나는 아기보다 더 울고, 치과의사는 긴장한 손으로 그 물집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터트렸다.

다음날 담당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 무진장 혼났다.

영아는 가끔 그런 게 나타나는데 그냥 두면 사라진다고, 소아과에 데려와야지 치과에 데려갔냐고 무척 나무랐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아기땐 소아과를 출근하다시피 다녔다.

'학교 들어가면 덜 해요~'

라는 말을 위안 삼아 어서어서 단단하게 자라길 바랐다.





며칠 전 계속해서 토하는 차르를 보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힘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안타까웠다. 아프다고 신음하고 우는 대신 자꾸만 구석으로 숨는 모습이 더 마음 아팠다.

마음을 무겁게도 하고 혹시 잘못될까 두려운 마음을 갖게도 했다.

새벽에 병원으로 달려가서 입원을 시키고 온종일 신경을 썼다.

아들 키울 때와 비교할 수 있겠냐만은 애태움의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들이나 차르나 내 대처에 맡길 뿐이지 않겠는가?

차르가 아픈 일주일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얼마나 울적했으며, 조금씩 먹기 시작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되새겨 보며 생명의 소중함과 우리가 함께하는 행복을 생각해 본다.



페르세우스 작가님의

'동물들이 행복한 시드니 동물원 그리고 블루 마운틴'을 읽다 다음 구절에 잠시 멈췄다

가이드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이곳에 사는 동물들의 평균 수명이 야생에서 사는 수명보다 몇 년씩 더 길다고 말이죠. 우리나라보다는 평균보다 짧은데 관리가 잘 되는 듯했습니다.

동물원에 동물을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야만적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에 대한 가치판단에 대해 쉽사리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살고 있는 동물들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인간들이 쉽게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나도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물원은 인간의 욕심과 호기심과 즐거움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그것 또한 나의 일방적인 판단이 아닐까 고민해 본다.



동물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기절실'이 있는 최고의 도살장이라 하더라도 이 기절실을 통과한 5%가량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도살을 당한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의 피와 내장, 그리고 비명소리에 둘러싸여 고통스럽게 죽어간다고 한다.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캐서린 그랜트>



내가 동물권 운동가는 아니고,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그저 앉아서 깊이 고민만 하는 정도이지만

적어도 고통과 불행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이 삶과 죽음의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사냥감 하나 없고 물 한 모금 얻을 수 없는 온통 시멘트로 덮인 땅에서, 작은 몸 하나 누일 짚 한 줄기  없는 도시에서 나에게 찾아온 고양이 차르의 생을 행복하게 해 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때문에 마음이 울적한데 최근 알게 된 친구가 차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고양이가 아파서 나갈 수가 없다고 하니까 내 말은 그냥 흘려듣고 벌써 근처 찻집에 와 있는데 주문하고 있을 테니 뭘 마실지 말하라고 독촉하고 전화를 끊었다. 고민하다 얼른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그녀에게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은 식물이 아프다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마주 앉은 내 얼굴에 숨기려고 해도 근심스러운 그늘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고양이가 얼른 낫길 바래~' 하고 나를 놔주었다.



다행히 차르는 회복을 했다.

그리고 조금 달라졌다.

품에 더 안기려고 하고 안기면 오랫동안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차르도 우리 가족에게 신뢰가 더 쌓이고 진실된 사랑을 느낀 것일 거다.


아기들처럼

차르도 아프면서 크고, 한 번 아프고 나서 훌쩍 단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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