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17세 vs 평균나이 68.5세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청소년축제를 연다.
이름 그대로, 청소년이 주체가 되고 주인공이 되는 축제다.
대부분의 축제가 누군가 짜놓은 판에 가서 즐기는 방식이라면,
청소년축제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이 축제는 기획부터 운영,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간다.
25명의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는 3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모인다.
팀별 회의와 전체 회의를 통해 일정을 조율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홍보와 모집 방안까지 함께 고민해 왔다.
내가 처음 청소년축제를 제대로 본 건 2007년이었다.
당시에는 금요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일간 축제가 열렸는데, 그 규모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무대 공연과 부스 운영이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그 때문에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 탓에 지도자들이 곤란해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갔다는 사실에 감탄하느라 주민 민원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잘했다"가 아니라, 정말 "대단하다"는 감정이었다.
대학교 시절, 나도 학교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 본 적이 있다.
그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복잡한지 알기에, 그 아이들이 더욱 존경스러웠다.
주중엔 학교 수업, 주말엔 축제 준비.
누가 돈을 준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도대체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문득 나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지?
만약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나도 저 아이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청소년 시기에 학교 밖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아이들은
확실히 더 크고 깊게 성장한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3월부터 꾸준히 준비해 온 아이들은 이제 축제의 반환점을 넘어섰고,
행사 당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직 어리니까 청소년들을 미성숙하다고 단정 짓는 건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다. 그들은 때로 어른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디어, 기획력, 책임감, 추진력을 보여준다.
청소년축제를 경험한 이들 중에는 성인이 되어도 서포터즈로 참여하거나 자원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클까.
군 복무 중 주어진 휴가에 맞춰 축제장에 와 봉사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 제23회 청소년축제는 지난해보다 한 주 늦은 6월 초에 열리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정성스럽게 다듬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축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 좀 보세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응원과 격려, 아낌없이 보내주세요!”
이런 아이들을 보고도 여전히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편견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몇 세'라는 숫자를 넘어서 한 사람이 걸어온 '역사'라고 생각한다.
개인사 속에 숨겨진 희로애락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고단한 인생을 견디게 하고,
때로는 기쁨이 되기도 한다.
겪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움츠려 들게 되는 지점이 분명 있을 텐데,
더뎌도 한 발짝 나아가려 노력하고 결국 해내는 모습을 나는 실제로 목격했다.
지난겨울,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전공 학생들의 실습의뢰가 들어왔다.
'뭐, 늦깎이 입학생이라 해도 50~60대겠지'라고 생각한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실습생들의 평균 나이는 68.5세.
우리 엄마가 올해 일흔인데, 실습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은 무려 75세.
우리 아버지와 동갑이셨다.
4주 동안 160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실습생도 걱정이 됐겠지만 지도자인 나 역시 고민이 되었다.
매일 8시간씩 20일을 실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습이 시작되기에 앞서 담당 교수님께서 부탁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실습생들 연세가 있으시니 실습 난이도를 좀 조절해 주세요!"
그래서 기존 실습일정보다 조금 느슨하지만 빠짐없이 알차게 실습을 구성했다.
청소년지도사와 평생교육사 실습을 함께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나는 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드디어 실습 첫날, 1월의 매서운 바람을 뚫고
네 분의 우아한 여성들이 건물 입구에 들어오시는 게 보였다.
'저분들이구나!'
마중을 나가 회의실로 안내해 드리고, 실습 일정과 개인별 목표를 함께 정했다.
실습생 네 분의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나이 든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였다.
그 고민이 충분히 이해됐다.
나 역시 40대로 넘어가며 청소년들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게 되진 않을까...)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전혀 문제없어요. 오히려 기대돼요."
그렇게 우리의 4주간 실습은 시작되었다.
기관 SWOT 분석, 유관 기관 답사, 평생교육 프로그램 기획,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 보조, 기관장 특강까지 다채로운 실습이 이어졌다.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카드뉴스 실습 중,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한 실습생은
직접 디자인을 고르고 문구를 작성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직접 해보니까 너무 재밌네요!”
배움의 즐거움이 나이를 잊게 만든다는 걸 그 순간 실감했다.
또, 기관장 특강 시간.
청소년 상담기법을 배우며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다며 눈물짓던 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연세가 많으신데, 과연 실습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
하지만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깊이이자 고단한 시간을 버텨온 내공이었다. 나이에 대한 걱정은 실습을 진행하면서 다 날아갔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실습이라는 큰 산을 넘고 최종 평가를 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지도 선생님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평생교육사로서의 비전을 더욱 확실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 소중한 경험이 앞으로의 도약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보여준 용기와 열정은, 오히려 나를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또한 배움에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