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저-장

꿈을 응원해

by 평화

둘째가 올 1월부터 댄스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꽤 잘하는 아이인데, 작년 겨울 갑자기 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조금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POP 댄스엔 큰 흥미가 없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오는 댄서들처럼 코레오그라피 댄스를 배우고 싶다며 학원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우리 동네엔 태권도 학원조차 하나 없는 탓에, 댄스를 배우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만 갈 수 있다.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1월부터 주 1회, 1시간 수업을 듣는 조건으로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에서 나올 때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있는 아이를 보며,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노선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다가, 갈 땐 택시를 타고, 올 땐 우리 부부가 퇴근길에 데리러 가기로 했다.

처음엔 잠깐의 흥미일까 걱정했지만, 학원 SNS에 올라온 15초짜리 릴스 영상을 보고는 ‘어라? 제법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흐르는 몸짓이 꽤 느낌 있었다. 고슴도치 엄마처럼 혼자 웃음이 나왔다.

5개월쯤 지난 어느 날, 학원에서 정기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까지 배운 곡이 고작 2~3곡인데 공연이 될까 싶었지만, 그런 의심은 둘째의 무대에서 단번에 사라졌다.
다들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느라 분주했지만, 나는 맨 뒤에서 조용히 눈으로만 무대를 담았다. (다행히 지인이 영상은 찍어주었다.)
무대 위에 선 아이의 얼굴엔 살짝 긴장한 기색이 있었고, 나는 속으로 ‘틀리지 말고, 잘해’라며 조용히 응원했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센터에 선 아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떨리는 건 오히려 내 몫이었다. 늦게 팀에 합류했음에도 센터를 맡고, 무대 인사까지 대표로 한 아이가 대견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가 보여준 무대는 그 어떤 공연보다 감동적이었다. 아마 그 무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직접 사진이나 영상을 찍진 않았지만, 내 눈과 마음은 충분히 아이를 ‘저장’했다.

공연이 있고 며칠 후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저 왁킹도 배우고 싶은데, 수학 학원 그만두고 댄스에 집중해 보면 안 돼요?”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래, 해보고 싶은 거 해봐. 집중해서 해보고, 그 길이 아니면 다른 길 찾으면 되지. 너 아직 열세 살이잖아.”

허락한 지 얼마 안 돼 다리를 다쳐 첫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는 조금 풀이 죽었다. 그래도 보호대를 차고 일주일을 쉬었다.
오늘, 드디어 왁킹 첫 수업을 받고 나온 아이의 얼굴은 또다시 환했다. 차에 타자마자 말했다.
“다리를 다쳐서 다리 동작은 못 했지만, 팔 동작은 열심히 했어요! 너무 재밌어요!”

그 말에 붉게 상기된 얼굴이 얼마나 예쁘던지.
나는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기억을 저장했다.
“너의 즐거운 일상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눈과 마음은 넘치도록 널 담고 있어. 그러니 네가 무엇을 하든,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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