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혼자 가고 싶은 사람의 주문같은 글
나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하는 것과는 다르다. 직업의 특성상 월요일에 쉬고, 토요일에 일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청소년 기관에서 토요일은 가장 분주한 날이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연차를 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불금?' 그건 이미 오래전에 내 일상에서 사라진 단어다.
여름방학이 되면 수련관 곳곳은 청소년 동아리 활동으로 북적이고, 평소 학기 중에는 하지 못했던 캠프, 강좌, 교류활동이 줄줄이 이어진다. 청소년도, 청소년지도사인 나도 그 열기 속에서 숨 가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여름휴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연휴 앞뒤로 하루쯤 눈치껏 연차를 붙여 쉬거나, 9월 즈음 느즈막한 휴가를 계획하는 게 고작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8월. 달력을 들여다보니 빈 날이 거의 없다. 또 어떤 버라이어티한 날들이 펼쳐질지, 막막함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일요일 당직 근무 날이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서는 당직이라, 오늘은 내 차례.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 환기시키고 청소를 했다. 일요일 당직 때면 항상 하는 일이다. 반복된 루틴인데도 괜히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일까, 오랜만에 흐린 하늘이다. 연일 이어진 폭염에 지쳐 있던 몸은 잠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하늘은 흐려도 매미 소리는 여전히 찬란하다. 그 소리에 나는 아직도 여름 한가운데 있다는 걸 실감한다.
문득 예전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정말 떠나고 싶다. 혼자서!
혼자 자란 영향인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이 내겐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호텔에서 뒹굴거리다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다. 내게 여행은 오아시스다. 쏟아지는 업무, 육아, 가사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서 숨 쉴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때론 휴식이 끝난 후의 허무함마저, 다음 여행을 꿈꾸게 하는 동력이 된다.
결혼 후,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가졌나 돌이켜본다. 가족과의 시간은 소중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를 위한 시간, 나만의 공간이 절실해질 때가 있다.
재작년부터 눈여겨보던 북스테이가 있다. 멀지 않은 곳인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와이파이도 잘 안 터지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펼쳐진다는 그곳.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로 할 수밖에 없는 그 고요한 공간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커피를 가득 채운 텀블러를 들고 음악을 들으며 바깥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상상만 해도 절로 미소가 난다.
사실, 결혼 후에도 혼자 떠난 여행이 몇 번 있었다. 일본 여행 두 번, 서울 여행 한 번. 모두 힘든 시간을 지나 에너지를 충전하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들이다. 가족과의 여행이 주는 웃음과 따뜻함이 있다면,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를 위한 깊은 쉼과 성찰을 선물해준다.
8월의 화려한 일정이 끝나면, 과연 나는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까?
아, 물론 혼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