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해프닝(지진)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수년 전인 2016년 이야기이지만, 일본에서 살면서 직접 겪은 충격적인 대지진 경험과 ‘방재(防災) 매뉴얼’을 공유한다.
먼저 지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하여 알아본다.
지진 수치
• 진도(震度) : 지진에 의한 진동의 강도 (흔들림의 정도)
• 매그니튜드(규모) : 지진의 에너지 크기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진도’이다. ‘매그니튜드’가 작은 지진이라도 내가 있는 위치가 진원지와 가까우면 진도는 커진다. 반대로 ‘매그네튜드’가 크더라도 진원지와 멀면 진도는 작아진다. 신문기사에서도 가끔 용어 혼동이 있는 것 같다.
지진 활동의 패턴(3가지)
• 본진(本震) → 여진(余震)型 : 처음부터 메인 지진이 발생하고 그 후는 여진
• 전진(前震) → 본진(本震) → 여진(余震)型
: 예고적인 지진 발생 이후 메인 지진이 발생하고 그 이후 여진 * 내가 경험한 지진의 유형
• 군발(群発)型 : 다수의 지진이 계속 나타남
주재원으로 생활하고 있던 ‘나가사키시(長崎市)’와는 직선거리로 약 100km에 위치한 ‘구마모토(熊本)’에서 2016년 4월 대지진(大地震)이 발생하였다.
2016.04.14. 21시 26분 전진(前震) 발생
[진도 : 구마모토 6강 / 나가사키 4]
퇴근 후 거주하던 아파트 11층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다미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시각, 갑자기 휴대폰으로 “띠링 띠링. 지신게호데쓰(지진 경보입니다.) ~”하고 긴급 경보 방송이 울린다. 그리고 몇 초 후 아파트 밖에서 동사무소(주민센터)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곧이어 아파트가 많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다미방에 옆으로 누워 있던 나는, 바닥이 심하게 흔들림을 느꼈다. 우리 가족은 처음 경험하는 흔들림에 당황하였다. 지진에 대한 지식이나 대비 정보가 없었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한편으로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 ~ 이것이 지진이구나?’하고 신기하게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2016.04.15. 00시 03분 2차 지진 발생
[진도 : 구마모토 6강 / 나가사키 4]
‘전진(前震)’ 발생 약 2시간 40분 후 비슷한 진도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전진(前震)’ 후 계속적으로 약한 진동의 지진이 계속되었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본진(本震)’인 줄 알았다.
‘전진(前震)’ 때의 약간의 신기함은 없어지고 계속 울리는 휴대폰 경보 방송과 주민센터의 안내 방송이 무서워지기 시작하였다. 흔들림에 대한 공포와 함께.
하지만 ‘본진(本震)’은 이미 지나갔고 여진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은 갖게 되었다.
2016.04.16. 01시 25분 본진(本震) 발생
[진도 : 구마모토 7 / 나가사키 5강)
여진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불안한 마음은 남아 있어 늦은 밤까지 나와 가족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 01시 25분, "띠링 띠링 ~" 휴대폰 경보방송이 또 울린다. 며칠간의 경험상으로 약 10초 뒤에 흔들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여진이겠지 생각하였다.
‘헉. 이건 뭐지?’
아파트 건물이 심하게 좌우로 요동친다.
서 있을 수가 없어 바닥에 엎드렸다.
아파트가 무너질 것 같았다.
본진은 지나갔다고 방심한 상태이었는데, 본진(本震)이 발생한 것이다.
겁에 질린 표정의 집사람과 아이들의 두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요동이 그칠 때까지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수십 초가 지난 후 진동은 멈추었으나 잠들기 힘들었다.
본진 발생한 날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 있었고 '경보음'도 수시로 울렸다.
흔들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
그때의 공포감으로 ‘흔들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더불어 휴대폰의 경보음에 대해서도.
대지진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느꼈던 것과 그 이후 실행했던 것들을 공유한다.
• ‘진도 4’ 까지는 버틸만했지만, 5 이상의 흔들림은 두려움과 공포를 유발한다.
• ‘진도 5강’의 지진이 발생한 나가사키시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좌우로 크게 흔들렸던 내가 살던 아파트도. 일본의 건물들은 내진(耐震) 설계에 의해 지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진도 7이 발생한 구마모토는 피해가 컸다.)
• 집 현관 입구에 ‘비상 배낭’ 2개를 약 1년간 준비해 두었다.
• ‘지진 대비 및 행동 요령‘에 대하여 찾아보고 자주 읽어 보게 되었다.
지진을 포함한 재해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 대비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방재(防災)에 대하여 미리 알아 놓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 에피소드
수개월 뒤 가족과 식사 중에 장난으로 유튜브에 있는 '일본 지진 경보음'을 몰래 켰다. 깜짝 놀란 가족으로부터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유튜브 검색에서 ‘緊急地震速報の音’ 입력하면 나온다.)
‘국민재난안전포털’ 또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재난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지진 편)이 있다.
한편 도쿄도청에서 지진 등 防災에 대하여 상세하게 만든 ‘매뉴얼(東京 防災)’이 있다. (전체 매뉴얼 확인은 하단 참조) 그 매뉴얼 중에서 지진에 대한 내용 2가지를 발췌한다.
• 출구를 확보해 둔다
실내에 있을 경우 진동이 멈춘 직후 또는 경보음 발생 시 출구(현관문 또는 창문)를 열어 두어야 한다. 진동으로 인한 문의 뒤틀림으로 열지 못하여 외부로 탈출하지 못하게 될 수가 있다.
• 휴대용 비상 가방을 현관 입구 쪽에 비치해 둔다
손전등, 휴대용 라디오, 건전지, 생수, 휴대폰 보조 배터리, 구급세트, 담요
* 매뉴얼(도쿄 방재)’ 한국어판은 아래 사이트로 들어가면 PDF 파일(약 300페이지)로 되어 있다.
: https://www-metro-tokyo-lg-jp.cache.yimg.jp/korean/guide/bosai/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