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해프닝(포켓몬고)
일본 주재원 생활의 저녁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던 나에게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 출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2016년 7월 초, 일본은 7월 말에 론칭되었다. (우리나라는 약 6개월 후 출시)
2016년 7월 22일 일본에서 출시되는 날, 나는 바로 ‘포켓몬고’ 앱을 깔고 시작하였다. 처음 경험해 보는 증감현실게임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집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선물해 준 포켓몬고
내가 포켓몬고를 시작하면서 가족도 같이 하게 되었고, 특히 집사람도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퇴근 후 귀가하여 가족 저녁식사를 마치고 뒷정리가 끝나는 20시 즈음, 나와 집사람은 포켓몬 사냥을 위해 출격하는 것이 저녁 시간의 패턴이 되었다.
승용차로 '나가사키시(長崎市)'와 인근의 '토기츠쵸(時津町)'를 돌면서 늦은 밤까지 포켓몬을 사냥하고 다녔다. 출시 초창기에는 걷기 속도 제한(현재 30km 넘으면 걷기 인식 중단됨)이 없어 운행 중에도 앱을 켜고 다녔고, 당시에는 귀한 포켓몬(잠만보, 망나뇽 등)이 10km(?) 이내 나타나면 알람을 주는 앱도 있었다.
알람을 받고 그 장소로 이동하면 멋진 장관이 펼쳐졌다. 스포츠카와 오토바이를 탄 일본인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심야에 검문 당하다
그러던 가을 어느 날, 패턴대로 집사람과 같이 저녁 시각에 출격하여 곳곳을 누비면서 포켓몬을 잡고 다녔다. 그날은 너무 열정적으로 사냥을 했는데, 새벽 1시 즈음 처음 가본 나가사키 시내 외진 지역의 편도 1차선 일반 도로에 정차하고 나와 집사람은 차 안에서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잠시 뒤 차 백미러로 경찰차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심야 시간 순찰 중인 것 같았고, 그냥 지나가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웬걸 경찰차가 사이렌 등을 켜고 우리 차 뒤에 멈추어 선다.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심야 시간에 외국인인 나로서는 조금 불안했다.
경찰 2명이 다가와서 차 창문을 두들겨 창문을 내렸다.
“늦은 시각,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포켓몬 잡고 있는데요.”
예상하지 못한 나의 대답에 경찰은 어리둥절하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진짜 포켓몬 잡고 있거든요!’라는 의사 표시.
내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경찰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한다.
‘운전면허증, 재류 카드(일본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등록증), 명함’ 모두 보여 주었다.
나와 집사람이 수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한마디 하고 떠났다.
“도로에 정차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이동하세요.”
나와 집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바로 집으로 복귀하였다.
포켓몬고는 일본에서 살고 있던 나와 집사람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많이 남겨준 콘텐츠이었다. 더욱이 나와 집사람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저녁~밤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고마웠던 아이템. (나는 지금도 포켓몬고를 하고 있다.)
밤늦은 시각 포켓몬 사냥 다니면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오뎅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지금도 가끔씩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