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갱신 신청, “소득이 적은데요?”

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해프닝 (비자 갱신)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일본으로 나갈 때 일본 대사관에서 유효기간 3년의 취업비자를 발급받았다. 유효기간 5년의 비자를 기대하였으나 처음에는 대부분 3년을 준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였다.

주재원 근무 3년이 다가와서 취업비자(취업 가능한 재류카드 : 표지 사진 참조) 재발급 신청을 준비하였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번거로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회사의 도움을 받아 신청 준비를 마쳤다.

소득이 적은 것 같은데요?

나가사키 출장소

점심시간 조금 지나 나가사키 시내에 있는 관할 관청 ‘나가사키 출장소(福岡出入在留管理局 산하)’를 찾아갔다. 2층 접수창구에 도착해 보니 몇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젊은 남자도 보였는데 아마도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순서가 되어 창구에 있는 담당자(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준비한 서류를 제출하였더니, 서류 확인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몇 분이 지난 뒤 직원이 나를 부른다. ‘서류 준비는 완벽하게 했는데? 왜 부르지?’ 생각하면서 창구로 다가갔다.

담당자가 묻는다.

“소득이 적은 것 같은데요?”

취업비자(취업 가능한 재류카드) 갱신을 위해서는 ‘주민세 과세 증명서(住民税 課税 証明書)’와 ‘납세증명서(納税証明書)’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마도 거기에 적힌 년간 소득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에? 내 소득이 적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답하려던 순간, 담당자가 머쓱해하며 다시 이야기한다.

"제가 숫자 자릿수(桁 케타) 한자리를 착각하였네요. 서류는 잘 갖추어졌으니 1주일 뒤에 찾으러 오세요.”

아마도 년간 소득액을 볼 때 마지막 한자리 ‘0’ 하나를 빼먹고 본 것 같았다. 담당자가 평소 봐오던 숫자와 자릿수가 달라서 착각한 듯.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 소득은 수당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다.

3년 기한 재류카드 신청(재발급) 하였는데

일주일 뒤 재류카드를 수령하러 ‘나가사키 출장소’를 찾아갔다. 신청할 때 본 우리나라 젊은 남자도 보였다. 그도 수령하려 온 모양이다.

그가 먼저 수령하였고, 그는 받은 재류카드를 보면서 조용히 혼잣말로 욕을 한다.

이번에도 유효기간 1년의 재류카드가 발급된 것 같았다. 아마도 현재 일하는 직장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어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1년 기한의 재류카드를 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갱신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그는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갱신 신청서에 희망 기한칸에 '3년'으로 체크하였다. 남은 주재원 기간을 감안하면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수령한 재류카드를 보니 ‘5년’이 적혀 있었다.

재류카드 유효 기한은 신청한 사람의 소득을 주로 보고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