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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5도 2촌-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서까래는 나의 로망 그러나 살리지 못하고 죽이기

by 해나 이미현

서향의 별채를 고치기 시작했다

전 주인 어머니가 쓰셨던 장롱. 쓰레기를 치우니 제법 쓸만해 보여 살던 어머니 아들인 동네 오빠가 효심을 담아 한번 리모델링 했던 곳이란다. 그래서 욕실이 있고 양변기도 하나 있고 작은 부엌이 있는 원룸의 구조! 새로 지을 때까지 임시로 주말마다 왔을 때 숙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소매를 걷었다 .


붙어 있는 작은 방과 쪽마루, 서까래를 보는 순간, 생각하고 계획한 건 인테리어 잡지 한편에서 보던 사진 속 하얀 지붕 사이사이 엔틱한 느낌 가득한 뼈대를 드러낸 그 멋진 한옥의 느낌


그래서 핸디코트를 사다가 흉내 내며 바르기 시작했다.

시작은 원대하였으나 과정과 결과는 폭망

벽과는 다른 천장을 향해 작업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된 작업! 거북목 증후군이 살짝 있는 내가 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서까래 보를 살려 바르는 일은 꼼꼼한 기술자라야 가능한 일!

벌레 구멍도 숭숭 나있는 서까래를 덮어버렸다,

벌레 구멍이 너무 많아 덮어야 한다고 합리화하며...... 하하하

서까래 살리는 일은 성질 급한 나와는 맞지가 않았다.

그린색으로 칠해져있던 벽은 흰색으로 칠해 주었다.





그나마 고재 느낌이 살아난 건 쪽 마루

전 주인이 덮어 논 장판을 걷어내니

캬-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색감과 나뭇결

그 색에 맞춰 먼저 켜켜이 칠했다 떨어진 도색을 갈아내고 아크릴 물감으로 도색된 나무 기둥과 틀들을 칠해주었더니 깔끔해지긴 했다.


어쨌거나

서까래 살리려면 거북목을 붙잡고 인고를 겪으며 한 땀 한 땀 작업하거나 기술자를 부를 일이다.


지금도 서까래는 호박벌의 집이다.

궁뎅이 큰 호박벌이 수시로 동그란 구멍을 파고 숨어 들어 알을 낳는다.

내가 막아 버린 곳은 피한다.

칠이 안된 곳만 공략하여 숨어든다.




#5도2촌

#시골집

#셀프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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