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어머니 김치
나는 요리를 잘 알지 못한다. 맞벌이 워킹 맘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늘 시간에 쫓기며 아이와 옆지기에게 대접할 수 있었던 음식들은 사실 한정적이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과 퇴근 후 빠르게 해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주를 이뤘다. 계란 프라이, 고등어 구이, 두부구이, 요리랄 것도 없어 옆지기는 " 불에 스스로 구불러 나오는 반찬"이라고 놀려댔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늘 아이와 옆지기를 위해 아침은 꼭 내 손으로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메뉴들 중 두 남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한 가지 음식이 있다. 주말에 자주 해먹던 시어니표 김치로 만든 김치찜이다.
강원도 태백의 고냉지 밭에서 배추 주워 와 시어머님이 담가 보내 준 김치가 우리 집 식탁에 올랐다. 시어머니는 농사를 짓는 동안 밭에서 고른 배추, 태양초 고추를 깨끗이 손질하여 말려 마늘, 생강 그리고 직접 담근 젓갈을 넣어 김치를 담갔다. 그 김치는 너무나도 맛있어서 택배 배송하시는 분들이 김치를 받을 때마다 “좀 적게 포장하시라 해요 . 다 터졌네. 냄새는 기가 막힌다” 는 말씀이었다. 생김치도 맛깔났지만 그 김치가 곰삭아질 때 즈음 주말이면 돼지고기를 넉넉히 사다 같이 끓여 김치찜을 해 먹었다. 요리랄 것도 없이 그 김치 맛만으로 김치찜은 훌륭하게 환상의 궁합으로 맛이 낫다.
가끔은 군대에 갔던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도 김치찜을 꼭 먹고 싶어 했다. 그렇게 시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로 만든 김치찜은 내게도, 아이와 옆지기에게도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어머니의 김치찜은 그 어떤 요리보다 특별했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을 넘어서,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쏘울 푸드였다. 특히 김치가 곰삭아서 깊은 맛이 우러나고, 그 속에 들어간 돼지고기와 함께 끓여낸 김치찜은 입에 넣는 순간 그 은근하게 무르익은 김치의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그 김치찜을 하얀 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김치찜을 다시는 그 맛대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김치여야 그 맛을 낼 수 있으니...... 하지만 그리운 건 맛만이 아니다. 김치찜 속에는 어머니가 남기신 사랑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 때마다 생각한다.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택배 속 반찬들... 고들빼기 김치, 산에가서 직접 캐다 까서 양념 재운 더덕구이, 곤드레 나물, 말린 산나물 다발들, 땡초 좋아하는 며늘리를 위한 고추지, 된장에 삭힌 콩잎, 깻잎, 한 장 한 장 얼마나 살갑게 챙겨 주셨는지....직접 농사지어 짠 참기름 2병..... 일하는 며느리에게 좋을 거라고 산에 가서 구해온 오미자로 청을 만들어주신 그 사랑과 정성스런 그 손길은 이제 만날 수가 없다. 지나는 말로 좋아한다는 말도 헛으로 듣지 않고 챙겨 만들어 주시고 며느리 좋아하는 건 언제나 시댁가면 준비해 놓고 기다리셨다.
가끔 김치찜을 끓일 때마다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고, 도토리묵이며 나물 비슷한 것만 보아도 울컥 그리움이 솟아 목이 멘다.
지금 내가 끓이는 김치찜은 그 맛이 아니다. 어머님의 김치가 아니라 그 맛을 흉내만 내고 다시 한번 경험하려는 작은 시도만이 남았다. 어머니의 김치로 만든 김치찜은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영원한 맛이 되어, 우리 가족의 마음속 깊은 곳과 영혼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일하느라 바빠하는 며느리를 위해
당신 건강이 허락했던 25년 정도는
반찬 한번 안만들게 해주셨던 어머님의 큰 사랑이 오늘은 사무치도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