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서 본 내용이다. 고양이는 집사의 몸에서 나는 미묘한 냄새의 변화로 집사의 몸의 문제점들을 캐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건강의 위기를 감지한 고양이가 집사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오래 함께한 집사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양이는 예민하게 파악하고 도움을 준단다.
한 여성은 자신의 고양이가 유독 한 곳을 핥는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다. 보통 고양이는 손이나 발 등을 핥는 경우가 많기에 집사라면 충분히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검진을 받았더니 그곳에서 암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고양이 덕분에 암이 더 진행되기 전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자신의 고양이를 은인으로 여기며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양이는 집사의 미묘한 변화를 특유의 후각능력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내 이야기는 뭐 이런 거창한 미담은 아니다.
아들 침대 감옥에 스스로 갇힌 제리
제리 돌 때쯤이다. 아침부터 뭔가 좋지 않았다. 마음이 촥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몸도 무겁고 등교하면서 아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집은 적막했다.
멍하게 밀린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 몸을 정신없이 돌리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치우고 모든 청소가 끝나자, 소파에 탁하고 주저앉자 울음이 터졌다.
갈대숲에 안개가 진군하듯이 한치 끝도 알 수 없는 그것이 내 온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깊은 슬픔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애절한 제리의 울음이 들렸다.
-냐야아아아앙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애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에 갇힌 듯 캄캄했던 시야가 넓어지며 제리의 귀여운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저앉아 녀석의 양볼과 털을 만져주었다.
기분 좋은 가르랑 골골 송이 들렸다.
좀 자라고는 독립적으로 잠을 자고 소파에도 잘 올라오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온종일 소파에 앉아 내 옆을 지켜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종일 서로를 바라보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었다.
-어쩜 제리는 이렇게 예쁘니?
-냥
-털도 정말 부드럽고, 정말 실크 같다.
-냐
-제리 눈에 보석 박혔구나. 에메랄드
-냥
-어구 이쁜 녀석.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
-악
뭐라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제리는 죄다 답하고 난 또 그렇게 대답에 힘입어 계속 아무 말이나 하면서 시간을 메웠다.
그래 넌 가슴으로 낳은 내 털아들이야. 말을 못 하는 게 최고 장점이지.
평상시 캣타워에 앉는 걸 좋아하는 제리
말 못 하는 동물이 전해주는 애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얘들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성격이든 어떤 외모든 돈이 있든 없든 우리를 그런 조건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한 없이 믿어주고 조건 없이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다.
제리가 주는 위안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제리 덕에 내가 이렇게 사랑표현이 많고 사랑에 푹 빠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가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종일 햇빛 아래 자고, 밥 먹어도 똥 싸도 대답해도 엄마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제리가 너무 부럽다고.
아들아. 너도 애기 때는 그랬단다. 먹고 트림만 해도 칭찬을 받았단다. 그랬던 때가 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