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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May 29. 2024

놀아주기가 처음이라 어려워

취향이 고급진 고양이님

제리가 어릴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아깽이는 천방지축이라서 다칠까 봐 했던 걱정과 숨는 녀석을 찾아다니는 가슴 떨림이었다. 정작 찾는 집사를 살살 따라 걷는데 그러다 돌아서는 집사의 발에 밟히는 일이 다반사여서 항상 신경이 쓰였다.


크기도 작지만 발소리도 안 나기에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게 익숙해지자 세탁기부터 옷장 서랍까지 온갖 장소에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아깽이 시절은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고(집사의 손과 종아리를 포함해서) 모든 공간이 놀이터였다.

그러기에 제리는 그때 뽀로로였다.

 

노는 게 제일 좋아


혼자서도 곧잘 놀았고, 다행히 잠도 많이 잘 때였기에 체력이 부친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 자라고는 놀아 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체력도 부쳤다.

노는 시간은 매번 달랐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집사를 불러 놀다가 밥 먹기를 반복했기에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5번 정도 각 10분 이상이다. 밤에는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

그러기에 장난감의 존재가 중요하다.


고양이는 모든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니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 물론 고양이는 말을 해줄 수 없기에 끝없는 현질이 필요하다. 종류 별로 사보면 곧 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제리는 털 종류를 좋아하는 편이다. 생쥐 모양 인형. 깃털이 달린 종류, 털로 만든 애벌레 류는 다 좋아한다. 실리콘 생쥐 꼬리는 정말 의외로 좋아해서 놀랐는데 모두 사냥감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생쥐, 새, 벌레를 좋아하는 거였다.


고양이에게 놀이는 사냥의 변형이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를 잘해야 운동량도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어릴 때는 무엇을 흔들어도 재밌게 낚였는데 자라고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는 별 반응이 없다.


낚싯대를 흔드는 집사를 버리고 제 볼일을 보러 가서 상처받기도 한다.

제리는 아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들은 제리와 몸으로 놀아주기에 안된다고 말해도 아들은 장난감을 흔들면 잘 안 논다고 투덜거렸다. 손이나 몸으로 놀아주면 물릴 수 있다. 결국 제리가 그 큰 아들을 사냥하면서 노는 것이다. 종아리를 물면서 장난을 치는 건데 제리는 곧잘 아들 방앞에서 놀자고 부르고는 한다.


"먹이야 나 기다린다."


장난감은 일정한 시간 묵혀두었다가 꺼내는  식으로 교환해 주면 주머니 사정도 좀 나아질 거다. 장난감은 사냥감이 아니다. 이건 우선 냄새가 나지 않기에 고양이의 관심을 다른 방식으로 끌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캣잎을 뿌려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거다. 잘 놀아주려면 내가 먹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생쥐라면 생쥐처럼 이불속에 굴을 만들고 나왔다 들어갔다 해야 하고, 내가 새라면 날다가 앉았다 해야 하며, 벌레라면 서서히 기어 다녀 주어야 한다.


그렇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그래도 고양이님이 좋아하신다면 그것으로 행복인데 잘 낚여주지 않는다는 사실.


캣타워에서 창밖에 나는 새를 보고 채터링(새소리 비슷한 울음)을 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얼핏 보면 제리만 한 녀석이었다. 집이 10층이다 보니 대다수 큰 새들이다. 먹이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제리만 흥분해서 난리를 피다가 끝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너도 사실은 맹수지.




제리가 엄청 좋아하는 핑크색 생쥐가 있는데 이걸 던지면 물어오고는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놀이다. 근데 그 핑크색 생쥐가 분실되었다.


이게 너무 작다 보니 사라진 것이다.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핑크색 생쥐를 배송했지만 그것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다 조금씩 달랐다.

이 인형은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어떤 것은 소리가 안 났고, 어떤 것은 쥐 모양이 미세하게 달랐다. 어떤 것은 화려한 꼬리가 달려있거나 무게가 무거워 다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 재미난 놀이를 못하게 되자 제리와 나 모두 아쉬웠다. 내가 생쥐를 던지면 제리는 앞 서 달려가 거의 서다시피 해서 앞발로 이 생쥐를 탁하고 바닥에 친다. 그런 식으로 거의 골키퍼처럼 날아가는 생쥐를 막아내는 놀이다.


하루는 가장 비슷한 생쥐를 데려와 눈앞에 내려놓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선물인 줄 알았다. 고양이는 고맙다는 의미로 자신이 사냥한 것을 집사에게 선물로 주고는 한다. 


그래서 생쥐를 받았는데 뒷걸음질을 치는 행동을 통해 놀자는 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생쥐로 갈아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 또 사라졌다. 생쥐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난감했다.


"제리야. 생쥐 못 봤어? 생쥐 말이야."


제리는 발랄한 발걸음으로 안방 화장대 옆 키 큰 장 앞에 섰다. 그 장은 아래가 살짝 들려 있어서 문이 꽉 막혀있는 장이 아니다. 제리는 큰 장 아래로 발을 살짝 밀어 넣은 행동을 보였다.


"엥?"


반신반의하면서 키 큰 장을 열었더니 그 밑에 핑크 생쥐가 들어 있었다. 아마 가지고 놀다가 그리로 들어갔나 하고 넘겼다.

근데 생쥐를 가지고 놀고 난 뒤 생쥐가 다시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제리를 돌아보았고 제리는 또 키 큰 장 앞에 앉아 있었다. 핑크 생쥐를 밀어서 키 큰 장 안으로 넣어두고 있었다.


"그렇구나. 잘 숨겨놔. 내일도 또 재밌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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