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터졌다. 남편의 태연한 태도에 감정이 동요했던 것이다. 조리 있는 대화는 물 건너갔다.
아직 학교를 가지 않은 아이들은 조용히 상황을 보고 알아서들 등교했다.
"어차피 안고 가야 하는 문제야"라고 말했지만, 길게 말을 섞지 않고 서둘러 남편도 출근했다.
캐리어를 꺼내며 제리를 잃을까 정신을 완전히 놓은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31살 울고 있는 아들을 들쳐 안고 울었던 내가 거기 있었다.
하루종일 보채더니 아들은 누우면 울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초보 엄마는 그 밤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혔었다. 밤이라 열린 병원도 없는데 큰 일이었다. 아이를 안고 얼르며 얼마나 불안했던지
한참만에 연결된 전화. 술자리의 남편을 다그쳐 당장 오라고 소리쳤다.
중이염이었다.항생제 받아 돌아오는데 병원 거울에 비친 민낯에 산발을 하고 양말도 짝짝이에 정신 나간 여자가 있었다. 그때도 헛웃음이 났다.
그 무서운 감정이 돌아오려고 하고 있었다. 눈이 정신없이 흔들렸고 손발은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호흡은 거칠어져 과호흡 직전이었다. 울음을 삼키려 해 본다.
제리가 발 박수를 치고 벽을 타며 우루릉 우왕시동 거는 소리를 냈다. 안방으로 오는 복도를 신나서 달려오고 있었다. 가족들이 다 외출하면 내게 놀자며 이러고 다가온다. (언제 할지 몰라 영상으로 남기지 못함)
웃음이 났다. 이건 안 웃고 넘기기 힘들다. 숨도 제대로 쉬어졌다. 울다가 웃고 있는 허탈한 느낌.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 데 미안.
즐겁게 놀더니 바로 잡혀 캐리어에 갇힌 신세가 된 제리를 들어 메고(배낭형식 여름 캐리어)
24시간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집에서 5분 거리인데. 여기는 정규 시간을 제외하고는 추가 요금이 붙어서 비쌌다.
너무 일찍 온 거였다. 더워질까
슬프지만 다시 집으로 복귀.
가방에서 탈출 또 정신없이 놀더니 갑자기 밥을 먹으려 해서 급히 밥을 치웠다.
검진 전에 밥이라니. 제리는 서글프게 엄마를 불렀지만, 애써 외면한다.
다시 갇혀
병원으로 출발했다. 사실은 추가 요금이라도 줄여서 부담이라도 가볍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색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화를 한다.별 반응이 없는 남편. 쳇.
의사 선생님은 또 젊은 남자 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설명을 잘 들으시고 고무줄을 찾지 못했다는 말에 안타까워하신다.
초음파를 해보고, 이왕 온 거 피 정밀검사 등 종합 검진을 해보자고 하셨다.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서 다 잘될 거라는 주문을 중얼거려 본다.
"제리요. 배를 밀어야 할 것 같아요. "
눈물이 핑 돌았다. 배까지 밀리다니.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선생님이 호출하셨다.
아주 배가 야무지게 밀린 제리가 나왔다.
"다행히 아무 이상 없어요. 염증 수치도 정상 건강도 다 양호해요. 초음파 결과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는데 밥을 먹은 것 같아요. 이건 똥입니다. "
하 그 와중에 밥을 몰래 먹은 거다.
"그렇다고 고무줄이 없다는 단정은 어려워요. 고무줄은 찍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근데 지금 건강하다는 겁니다."
그럼 왜 먹는 게 줄었나요? 그리고 참 잠도 좀 많이 자요.
"그건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어요. 제리 이제 1살 넘어 9월에 2살이죠."
네
"이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습니다. 다 컸거든요. 이제 많이 안 먹어도 된다는 겁니다. 이제 필요한 만큼만 먹는 거예요. 거기다 여름이라 입맛도 좀 떨어지는 것도 있을 수 있고요. 잠은 원래 많이 잡니다. 어릴 때나 많이 놀지 커서는 덜 노는 거죠. 거기다 이제 집에 편안함을 느끼니 더 편히 자는 거죠."
우리 제리 이제 다 컸던 거다. 청년이 된 거다.
더 크지 않는다.
성묘가 되었으니 덜 놀고 덜 먹고
더 자는 거였다.
슬프게도 고무줄의 행방은 알지 못했지만 덕분에 시원하게 배 밀려 올여름 더위에 강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