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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Jul 17. 2024

이빨 요정과 고양이수염

소원을 빌어봐

이빨 요정 얘기를 아세요?


어릴 때 젖니를 주머니에 넣어

베개 밑에 넣고 잠들면

이빨요정이 나타나

젖니 주머니를 가져가고

황금 동전(금화)을 선물로 바꾸어 준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어릴 때 이 동화에

심취해서 머리맡에 젖니를

두라고 해서 부랴부랴 마트에서 산 초콜릿 동전으로 바꾸어 주었더랬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어디나 이빨에 대한 전설이 있다고 한다.

나 때는 이빨을 실에 묶어서 빼고는 그 실을 빙빙 돌려 지붕에 이빨을 던지면

건강한 이가 빨리 생긴다고 했다.


이빨 빼고 우는 나를 재촉해  

아빠가 지붕에 던지라고 해서

울다가 엉겁결에 던지면

아픔이 가셔있었고

기분이 나아졌던 기억이 난다.


왜 갑자기 이빨 요정에 관한 이야기인가 할 거다.

이제부터 우리 집 이빨 요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들 옷장에 들어가 개판치고는 눈에 살기를 띠면서 놀이중



고양이는 3-4개월에 이갈이를 시작해서

9개월에는 완료된다.

보통 새끼 때라 많이 무는 행동을 보일 때다.


고양이는 사료를 먹다 젖니가 삼켜지기 때문에

집사가 이빨을 발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

이빨을 인증할 정도로

고양이 유치를 보는 일은 신기한 일이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우선 잘 삼키기에 볼 일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젖니를 발견하는 일은

운이 좋다고 여겨졌다.


정말 세심하게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가 아니라면

발견하기 힘들다는 이빨.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제리가 이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무렵

우울증 약을 줄이는 과정이라 살이 쪘다 빠졌다 하던 시기였다.

평생 본 적 없는 숫자를 체중계에서 만난 후

유튜브를 통해 이것저것

운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지만, 그 요가 매트를 꺼내면

제리가 먼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매트를 꺼내면 그 위에만 앉는다.


쫓아내기도 그래서 그 옆에 어색하게 서서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는데

막무가내로 온몸을 물기 시작했다.

그때는 생 초보집사라서

그 상황이 제리에게 얼마나 신나는 상황인지 몰랐다.


스트레칭은 팔다리를

들어 올리는 행동이 많은데

이건 제리에게 장난감을 흔드는 것과 같았다.

제리는 아무 잘못이 없었지만

이갈이를 하는 고양이의 막무가내 공격을

받는 내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방에 가둬두고 해보기도 하고

(엄청 울어서 동네 떠나가라는 기세로)

먹을 것을 줘보기도 하고

(금방 먹고는 힘내서 더 거세게 물었다)


제리를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원인을 모르니 물리는 입장에서는 엄청 서러웠다.

그 무렵 팔과 다리에 온통 고양이 이빨 자국에 할퀸 자국이었다.


그 무렵 우울증 증상이 나아져 약을 한 알로 줄였는데 제리의 폭주로 다시 눈물 바람이 불기 시작했더랬다. 집사가 되고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침 운동을 전쟁처럼 치르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베개 위에 미색 나비가 앉아 있었다.

엄청 귀여운 이빨이었다.

이빨 요정 제리가 행운의 상징인 이빨을 두고 간 것이다.



어릴 때는 나와 같이 잤기에 자다가 이빨을 뱉은 건지. 아님 아파서 엄마에게 응석을 부린 건지.

덕분에 이갈이 시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슬프지만 운동은 돈 내고 다니는 걸로 바뀔 수 있었다. 


운동으로 인해 남은 한 알의 약도 먹지  않게 되었다. 내게 행운이 날아든 것일까.


8개월 제리

이빨을 식탁에 올리고 찍은 건데 너무 작아서 초점이 잘 안 잡힐 정도였다.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한참을 웃었다.

베개가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바로 청소기 행이지 않을까.


나비 닮은 이

이빨과 마찬가지로 행운의 상징인 것이 고양이수염이다.

예부터 고양이수염이 잘 발견되지 않아서 발견하면 행운이라는 설이 있다.


고양이는 수염이 잘 빠지지 않는데 빠져도 털과 함께 그루밍 단계에서 제거되기에 발견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집사들 사이에는 고양 수염을 발견하면

행운이라고 해서 보관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보관함을 팔기도 한다.


왜 그럴까 고양이수염은

1년에 하나 정도 빠지고

또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발견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제리는 고양이수염도 내 베개에 놓아두었다. 이 녀석 요정임에는 분명한데...

쓰레기를 두는 걸 지도.


처음 수염을 주웠을 때 털 치고 너무 뻣뻣하고 뿌리가 색이 달랐다. 검색 후 애들에게 보며 주며 소원을 빌라고 했다.

딸애는 인증숏을 남기며 기뻐했지만 아들은 심드렁했다.


일 년에 하나 나오는 게 무슨 행운이에요.


이 무슨 찬물 붓긴지.

아들은 엄마의 호들갑에 동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고3엄마의 실낱같은 희망을 밟아야 했냐.


남편에게는 말해주지도 않았다.

버리라고 했겠지. 

어찌 저리도 지 아빠인지.


그럼에도 딸애와 소원을 빌었다.

내 소원은 아들. 너 좋은 대학 가는 거다.

제리 수염



이미 선물 같은 존재인데

제리가 남겨두는 작은 행운들을

잘 모아서 큰 행복으로 바꾸어야겠다.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이빨 요정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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