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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Jul 31. 2024

고양이 냄새라고요!

집사를 만난 집사

고양이는 냄새에 민감하다.

사람보다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기에

고양이 행동 교정에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째로 귤 오렌지 등등 신 과일과 식초와 같은 신 맛. 둘째로 화학 약품 냄새,

셋째 커피 냄새, 마지막으로 허브향 등을

싫어한다.


제리 같은 경우 겨울에 귤을 까면 근처에

오지 않았다.

화장실 청소 직후 화장실은 잘 가지 않았고

커피를 끓이면 와서 짜증 내며 울었다. 이를 틈타 츄르를 얻어먹으며

화를 푼다.


아깽이가 많이 물면 레몬 즙을 넣은 물을 뿌려

물지 않게 교정하는 방법이 유튜브에 소개된 적이 있다.


트라우마가 되게 하는 방법 같아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인많이 물렸다.


아깽이 때 손가락 보면 매달림


대신 가면 위험한 곳에 뿌리는 방법은 좋을 것 같아서


외출 시 향수는 중문 밖에서 뿌리도록 준비해 두었다.

중문을 나오는 행동이 급격히 줄더니

이제는 열려 있어도 아예 나오지 않는다.

중문 앞 고정석

어느날 안방에서 복도로 나오는데

가스냄새가 났다.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강한 냄새라

외출하고 돌아오는 남편이

맡고 으엑하는 소리를 냈다.

제리도 옆으로 통통 강시처럼 튀었다.

문제는 냄새는 짧게 깊게 치고 달아났다.

전기레인지를 사용하기에 가스가 샐 가능성은 낮았다.


다음날 오전 비슷한 가스냄새에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에 문의했더니

곧장 오겠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사람을 부르면 문제가 해결된다.

냄새는 이미 달아난 후였다.


아저씨가 오시자 제리는 소파 뒤로 숨었고,

집 곳곳을 돌아보던 아저씨는

제리 모래 화장실을 눈여겨보았다.


"사모님. 고양이 냄새밖에 안 나는데요."

"아니요. 가스냄새라니까요."

"근데 지금 여기서 나는 냄새라곤 고양이 화장실 냄새예요."


황당했다. 물론 고양이 화장실 냄새가 일도 안 난다는 것은 아니다.

그분이 가리킨 화장실은 오늘 갈아놓은 새 모래였고. 평소 안 가는 화장실이었다.

제리는 두 개의 화장실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한 화장실만 열심히 쓰고 거기가

갈아야 할 때 다른 화장실을 사용한다. 그래서 거긴 늘 새 모래다.


"가스 냄새라는 건 암모니아 냄새잖아요. 원래 가스는 무색무취라서 냄새를 주입한 거거든요.

암모니아는 소변 냄새예요. 당연히 여기선 나죠."- 그니까 거긴 새 거라고.


나는 리액션이 고장이 났다. 이 상황에 우리 애는 냄새가 안 난다는 억지 논리를

펼 순 없기에.

"네. 근데 제가 맡은 역한 냄새는 지금 안 나요. 사라졌다고요."

그는 심드렁한 태도로 다시 냄새가 나면 오겠다고 말하며 한 곳만 더 확인한단다.

세탁실을 확인하고는 "사모님 이 냄새 아니죠?"


그건 또 음식물 처리기 기계였다.

그는 냄새 감별사였다.

거기서 나는 미세한 흙냄새를 지적한 거였다. 살림살이를 감별받는 느낌.


그는 또 냄새가 나면 연락 달라고 했지만, 부르면 사라지는 냄새를 무슨 수로 잡아둘지.


불편한 맘으로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아니 우리 고양이 냄새 안 나는데 뭐래는 거야."

같이 분노해 줄 동지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이럴 때 철저히 내 편에 줄 서는 영민함.(가끔 고장 나는 편)


가스 미스터리는 그렇게 풀지 못한 채 남았다.

연 이틀 나던 가스냄새는 갑자기 사라졌고, 우리 층 아래 보수 공사가 있었다는 것만 알아냈다.


그전에 부엌 전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신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분은 집에 들어오시며 고양이 화장실을 보고는 옅은 미소를 장착했다.

"집사 님이시군요."

"아 네."

작업은 조금 걸려서 선임 분이 와서 마무리하고 간 후 청소까지

해주시고 나가시면서.

"고양이 없는 줄 알겠어요."

"그러게요. 낯선 사람 오면 안 나와요."

소파 뒤에 숨은 제리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아니. 냄새도 없고 털도 없고 너무 깨끗해서요."

"아. 감사합니다."

그제야 그게 덕담인 줄 알았다. 중문에서 신을 신으며


"저도 집사거든요.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가면 화장실 냄새도 심하고 털도

많고 그래요. 늘 미안하죠. 치운다고 치워도 그러네요. 저는 치즈 냥을 길러요."


그의 휴대폰 메인 화면은 통통한 치즈냥이 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냥이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는 늘 부족하게 느낀다. 그게 집사의 마음 같다. 그의 사랑도 나의 사랑에 부족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늘 함께 하는 나보다 그리움은 더 크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우리 깔끔한 제리는 화장실을 치우라고 날 부른다.

그래서 안 치울 수가 없다.


변 봤어. 집사 냄새나잖아. 얼른얼른 치우라고. 그리고 고생했으니 궁디팡팡 해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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