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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Aug 07. 2024

고양이는 꼬리로 말한다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고양이는 기분을 알기 힘들다.

좀처럼 속내를 알기 힘든 동물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기분을 감추는데 능한 동물이다.

보통 집사를 반가워하는 마음을 들킬까

야옹 소리를 내 거나 스크래처를 긁거나 기지개를 의도적으로

피면서 감정을 감추려 애쓴다.

감정을 들키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돌아온 집사를 눈 인사로 맞고 있음(기쁜 것)

거기에 비하면 강아지의 몸짓 언어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강아지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든다.

거기다 돌아온 주인에게 아주 반가운 세리머니를 해준다.

보리의 더워도 반김(여동생 반려견)

거기에 반해

고양이는 귀찮게 하면 꼬리를 흔든다.

고양이가 바닥에 꼬리를 탁탁 치면

만지던 손도 걷어야 한다.

아니면 다음은 물어버린다.

고양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엄밀히 말해 고양이는 상대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킨다.


현대인들과 닮지 않았는가.


연애를 할 때 상대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면

을의 연애를 할 가능성이 크다.


더 좋아하는 쪽이 항상 덜 좋아하는 쪽에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사실 할 말이 많은데 사랑의 측면에서는

다 쏟아부은 쪽은 승자가 아닐까.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늘 을이었던 듯.

고양이 같은 성향의

여성이 사랑받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래서 난...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감추는 상대의 마음을 알았을 때

좋아하는 감정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꼬리 언어이다.

꼬리 언어를 알면

고양이 기분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기분 좋은 쪽은 다 꼬리가 들려있다.

꼬리가 물음표 모양이다. - 상대가 궁금하고 친근한 상태

꼬리가 일직선으로 서 있다. - 반가운 상태

꼬리가 내려져 있다.- 평상시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추다- 두려움

꼬리로 살랑살랑 흔든다(집사의 다리를 감싸거나 상대를 돌면서 에워싸는 형태)

-아주 극강에 애정표현이다.

꼬리가 부풀어 있다(털이 다 서있는 상태)- 놀람, 분노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친다-귀찮으니 만지지 마라.


대강 현재까지 알아낸 것.



갱년기를 겪으면서 가장 불편한 증상은

체온 조절 문제다.

갑자기 더웠다 갑자기 추웠다 한다.

땀도 엄청 많아서 특히

얼굴에 땀이 많이 나서 화장은 무용지물이다.

눈 밑에 나는 땀으로 얼굴이

곧잘 붉어지고는 한다.


이런 현상으로

기분도 괜찮다 급격히 나빠졌다 한다.

이런 증상은 겪고 있는 쪽에서는

죽을 지경이지만

다른 가족의 눈에는 심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그 문제가 있다.


자다가 확 열이 올라 깨는

일도 있고

갑자기 추워져

깨는 일도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꼬리를 탁탁 두들겨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싶다.


내가 고양이라면  


아침 필라테스 갈 때 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돌아올 때 꼬리를 심하게 내린다.

도착하자 독서실에 가지 않고 자는 아들을 보고

꼬리를 부풀리고 들어 올린다.


청소기 돌리며 환기 때문에 에어컨을 못 켜. 때때로 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샤워 후 다시 꼬리를 들고

에어컨 켜고 소파에 누워 꼬리를 말아 휴식.  


유튜브 보는 딸을 보고 꼬리를 부풀린 채 들어 올린다.


아. 안 되겠다. 이노무 방학은 언제 끝나는가

이러다 꼬리털 다 빠지겠다.


꼬리를 탁탁

모든 인간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싶다. 


그럼에도

나를 찾는

제리에게는


군소리 없이 응하는 나를 보면


확실히 비논리적이기는 하다.

원래 사랑은 비논리적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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