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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Aug 21. 2024

고양이는 귀신을 보는 걸까

납량특집 아닙니다. 납냥특집 되겠습니다.

어릴 때는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다.

강아지도 가끔 아무것도 없는데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빈 공간을 향해 멍멍대는 경우가 있다.

새벽에 그러면 정말 무섭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합리적인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기에 더 무서웠던 것 같다.

고양이도 비슷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을 응시하며 멈추어 서 있다던가,

무언가에 놀라 소스라치게 달아나 숨는다던가,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 채터링을 한다던가,

새벽에 이리저리 우다다를 지속적으로 한다든가 등등이 있다.


더위가 막바지이길 바라면서

제리 덕에 경험한 무서운 이야기를 조금 풀어 볼까 한다.

예부터 어르신들은 고양이를 영물이라 여겼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로 여겼다.

어두운 곳에서 길을 잘 찾는 특성을 통해

죽은 영혼을 어두운 길에서 인도해 주는 존재로 여기기도 했단다.

저승 길잡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한국에서는 고양이에게 원한을 사면

좋지 못한 일이 집안을 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개는 충직해 나쁜 일을 겪어도 주인에게 충성하지만

고양이는 원한을 갚는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전설의 고향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물이라 여기면서도 불길한 동물로 치부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모두 사람의 입장에서 해석이다. 개가 충직하다는 것도

고양이가 원한을 가져 앙갚음한다는 것도 인간 입장에서

해석이 아닐까 한다.


이 에피소드를 진행하기 전 전제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3년째다.

처음 이사 오고 이야기들인데,


이사 후 남편이 큰 방에서 여러 번 가위에 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건 남편이 내게 해 준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남편이 가위눌리는 것을 본 것이다.


사실 본 사람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텐데

엄청 무섭다.


아이들을 자라고 하고 책을 들고 침대에 누웠는데 남편이 자다가 뭔가 우물우물 말하려고

하는 듯한데 갑자기 멈춘다 이내 움찔 움찔댄다. 괴성을 지르고 깨더니 다시 잔다. 가위에 눌리는 모습을 목격한 거다.

그렇게 며칠 남편은 지속적으로 가위에 눌렸다.


찜찜했다. 새집에 이사 와서 가위라니...

딱히 방법이 없었다.

친정에서 기운을 누른다는 그림 액자를 하나 받아왔고,

복도에 걸어두었다. 그게 뭐 큰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냥 맘이라도 편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 이후 내가 먼저 잠들어서 남편의 가위 여부는 알지 못했다.

얼마 전

낮에 제리와 놀고 있는데 제리가 자꾸 친정에서 받아 온

그림 액자 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노는 와중에 계속 멈칫하고 복도를 바라보는 것이다.


한 두 번은 이상하다고만 여기고 치우겠지만 자꾸 그러니까

무서워졌다.

진짜 저 그림 뭔가 있나? 찜찜하다. 다시 갖다 줄까?


워낙 복도에 잘 누워 있던 녀석이라

설마 하는 생각이었다.


복도에 자리를 잡기에 놀이를 멈추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란 눈으로 뒷걸음질을 하는 거였다.

그러더니 내 뒤로 숨는 것이 아닌가.(야 제리 네가 지켜주는 거 아니냐?)

그것도 모자랐던지

소파 뒤로 정신없이 뛰어서 숨는 것이 아닌가.(나만 두고 저만 숨는 배신자)

발이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거의 넘어지다시피 숨는 모습!!

 (강아지는 지켜주느라 짖는데 너는 심지어 날 버리냐?)

나는 멍하니 복도를 바라보았다. 근데 현관 등이 탁하고 켜지는 것이 아닌가. (자동센서인데 벌레겠지. 벌레여야 해.)

나도 모르게 악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애들이 하교할 때까지 거실에 꼼짝없이 묶여 있었다. 제리는 소파 뒤에서 자다가

아들이 오자 그제야 밖으로 나왔다.


애들에게 말해야 할까. 무서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림액자를 보니 뭔가 이상했다.

액자 속에 그림이 중간에 고정되어 떠있는 형태인데 그것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중간 그림 부분이 고정된 에서 떨어져 아래에 내려와 있었다.


혹시 무언가 그 소리를 제리가 듣고 액자가 떨어지는 소리로 안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고정된 액자 속 그림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지. 그림을 쾅 치지 않고서야

현관 등은 왜 켜진 것인지.

여러모로 무서운 사건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내가 안방에서 가위에 눌린 사건이다.

자고 있는데 남편이 가위에 눌리는 순간 구해주려고 하는데

손이 잡혀 몸을 돌리지를 못하겠는 거였다.

이내 목이 조이는 느낌에 아 이거 제대로 가위구나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남편이

혹시 가위 안 눌렸어?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생각하는데

아니 제리가 베개에 자다가 당신 목에 자던데.


애기 제리는 네 머리 위에 자주 잤다.

머리도 얼마나 혀로 빗어주는지. 그날은 내 손에 자다가 목에도 잤던 모양이다.

그러면 그렇지. (그땐 같이 잤었다.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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