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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Aug 28. 2024

고양이는 귀신을 보는 걸까 2

납냥특집 대 납멍특집?!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막상 더위가 끝을 보이니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여름의 끝을 잡고 무서운 이야기를 한 번 더 모아 보았다.

원래 어릴 적부터 무서운 얘기를 무척 좋아했다.

무서운 것이 뭐가 그리 좋냐 물으면

그 무서움에서 벗어나 현실의 안정을  느낄 때 그 안도감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공포 영화를 보고 나와서 공포 그것이 허상임을 알았을 때 드는 현실 만족감이 좋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납량특집을 하지 않아서

좀 섭섭하다. 예전에는 이 무렵 다양한 납량 특집 시리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기획은 심야괴담회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심괴도 시즌제라 여름 납량특집으로 보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심괴의 팬으로서

저번 글에 이어 최근에 겪은 이야기와 더불어 여동생의 강아지 보리의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냥멍 대결 모드.

보리

보리 이야기는 보리의 성향부터 소개해야 할 것 같다. 보리는 엄청 예민한 강아지다. 강아지인데 다른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산책하다가 다른 개를 만나면 여동생에게 으라고 할 정도다.

문제는 사람에게는 다르다.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 엄청 반기고 달려들고 한다는 거다. 그런 보리의 붙임성 때문에 여동생은 무안한 경우를 종종 경험해야 했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골라 산책을 시키곤 한다.

이 사건은 보리와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간 날 경험한 일이다.

그날따라 한강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산했던 산책길이 조금 스산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보리와 산책로에 들어서자 잘 걷던 보리가 멈춰 아무리 하네스 줄을 당겨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보리가 잔뜩 겁에 질려 마치 귀신을 본 듯 뒷걸음질을 치더라는 것이다.


보리가 무엇에 놀란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데

멀리 산책로를 막아놓은 펜스를 검은 상 하의를 입은 남자가 훌쩍 넘어서 이쪽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흠칫했던 보리는 돌아가자고 여동생을 끌었고, 의아했던 여동생은 산책을 시작하자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놀랄 일은 빨리 일직선으로 달리는 일이 별로 없는 스타일인

보리가 일직선으로 달려 여동생과 그 공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산책을 중단하고 땀으로 범벅이 된 보리를 안고 돌아왔다.


그 남자는 왜 보리에게 공포심을 준 걸까?

보리는 백구다. 백구는 귀신을 쫓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약해 보이는 보리.

과연 뭘 본 걸까?


다시 제리 이야기


얼마 전 남편이 야간 근무로 돌아오지 않은 날에 겪은 일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난번 가위 사건을 한 번 되새김질해 보면

안방에서 남편이 지속적인 가위눌림 증상을 목격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내가 가위에 눌린 적 없었던 입장에서

안방 공간은 내게 그렇게 무서운 공간이 아니다.


또 내 인생에서 가위눌림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로

웬만해선 가위에 눌리지 않는 편인

내 입장에서 안방이 무서울 가 없다.


그러기에 남편의 야간 근무는 내게 넓은 침대를 독차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로만 여겨졌다.


누워서 느긋하게 침대의 광활함을 즐기고 있다가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겨드랑이로 쑥 손이 들어오는 느낌이 느껴졌다.

양 겨드랑이 사이에 손이 들어와

갈비뼈를 압박하는 느낌이 났다.


아 가위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느낌.

갑갑했지만 별로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데 점점 답답해지는 거였다.

그때

서글픈 제리에 엄마 찾는 소리

엉미야아아옹

마른 입가에 나비 앉듯 미소가 내려앉았다.

그 소리와 함께 겨드랑이를 옥죄던

그것이 팍 하고 사라졌다.

새벽밥이 고팠던 건가?


시간을 보니 12시도 안 되어 있었다.

아들이 그 소리에 웃으며

와서 이것저것 소소한 이야기를 침대 맡에서 한다.


새삼 날 깨워준 제리에게 감사하고 혼자 자는 엄마를

들여다 봐주는 우리 아들에게도 감사하며

더불어 이 방에서 줄곧 가위를 눌리면서도

내색 안 하고 버틴 남편의 희생에 감사한 밤이었다.


야근 후 돌아온 남편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또 가위에 눌렸는데

아들과 내가 그 괴이한 신음소리를 듣고

함께 깨웠다. 

기가 약한 불쌍한 남편.



귀신 사는 집은 기운을 잘 눌러서 살면

부자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부자 되면 좋겠다. 제리 츄르 많이 많이 사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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