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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하숙집 고양이
Sep 04. 2024
오늘만 사는 고양이
문인 줄 알았는데 벽이었어?!
날이 제법 선선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는
본격적 가을 초입이다.
아직 한 낮은 제법 덥지만 이도 금방
식을 것 같기는 하다.
가는 시간 잡고 싶은 맘은 나만 있는 건 아닐 거다.
가지 마. 가지 마라.
제리는 9월 6일이 생일이다.
제리가 벌써 세상에 나온 지 2년이 되었다.
제리 두 돌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책장에 자고 있는 제리가
내가 글 쓰는 동안 자기를 기억하길 바라는 맘에
내 침대 위에 핑크 생쥐를 살포시
남겨두고 떠났다.
2년 함께한 시간 동안
제리는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갑자기 든 의문에 이것저것 검색으로 고양이 뇌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고양이는 장기기억은 오래 남기지만 단기기억은 길게 남지 않는다. 심지어 관심이 없다면
십 초 일 때도 있다.
고양이는 장기기억에 상처를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좋지 못한 기억을 장기간 가지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런 기억을 주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불안하고 두려웠던 상처를 상대적으로 길게 느끼는 것은
생존과 연관성이 높다.
잘 기억해 두어야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고양이 뇌에는 신피질이 없다.
신피질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파악하는 시간개념이 있다.
그러기에 매일 같은 집에서 매일 같은 음식을 먹고
매일 같은 놀이를 해도 오늘만 사는 고양이는
불행을 느끼지 못한다.
이건 엄청 부럽다.
인간은 과거와
비교해
현재를 질책하고
미래를 끌어와 불안해하며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삶을 폄하하지 않는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한다.
늘 오늘에 진심인 고양이들.
우울증 치료 초기 나는 일부러 아침에 거울을 보고
웃었다. 웃는 행위가 나를 즐겁게 해 줄 것이라
여긴 것은
아니었
지만
, 울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웃을 일을 찾아 했고, 일부러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며
계단으로 다니며
힘든 일에 나를 몰고
그로 인한
쉬는
시간에 행복감을 얻으려 노력했다.
제리가 오고는 하루에 세 번 웃자는 말이 무색하게
시도 때도 없이 웃게 되었다.
이게 뭐라고 빨래대 뒤에 숨은 제리
오늘만 사는 고양이와
오늘이라도 행복한 척 웃자는 집사는 그렇게 대동단결했었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갔나. 사실 가끔 나 역시 신피질이 적은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가는 세월 앞에서
무기력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 이걸 세월로 인지한다는 건 신피질인 모양이다.
분명 있기는 있구나 싶다.
이제 오늘만 사는 제리의 슬픔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제리가 낮에 우는 이유는 적다.
대부분이 집사의 위치 파악이고
남는 부분은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츄르나 놀이)
마지막이 이것 앞에 놓였을 때이다.
그건 문 앞이다. 제리 앞에서 문이 닫혔을 때이다.
얼마 전 알게 된 것이지만, 고양이는 닫힌 문 앞에 놓였을 때
큰 좌절감을 맛본다는 거다.
신피질이 없는 고양이는 그 닫힌 문이 시간이 지나면
열린다는 시간 개념이 없기에 좌절을 경험하는 것이다.
보통 닫힌 문은 누군가의 소행이다.
결국 고양이는 그 문으로 사라진 누군가가 다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둘 다 하교한 후
쉬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엄마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 유추가능한 바로 그것이다.
폰 게임이나 쇼츠를 보며 쉬는 모습이
엄마의 잔소리를 저축하기 때문이다.
이건 한 번에 인출될 때도 있고
쌓다가 쌓다가 인출될 때도 있다.
그러기에 제리는 아이들의 하교라는 이벤트를 좋아하면서도
더불어 심한 좌절감들을 계속 선물 받는다.
씻으러 간 아이의 화장실 앞에서
닫아둔 방 문 앞에서
서글프게 우는 제리.
책가방 지키라 던져준 아들
애들에게 선포하듯이 말했다.
문인줄 알았는데 벽인 제리의 심정이 되어보라고.
그 좌절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두 아이들은 방문을 애매모호하게 열어두기 시작했다.
제리는 온 힘으로 그걸 밀면 열리게 해 두는 것이다.
타협.
서로 조금만 노력하면 각자의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매일 자도 꿀잠, 매일 먹어도 산해진미, 매일 놀아도 꿀쨈.
부럽기만 했는데
고양이는 자신을 돌봐준 집사가
자신을 버리고 이사 가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매번 그 박탈감과 함께 해야 한다.
왜 돌아오지 않는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더 큰 슬픔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고양이에게
상처 주지 말자.
더불어 사람에게도 상처 주지 말자.
망각할 수 있다고 해도 기억이 옅어진다 해도 안 아픈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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