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에게 보내는 글
친애하는 제리에게
맨 처음 너를 봤을 때
사실 난 널 선택할 생각이 없었어. 왜냐면 넌 그레이 색이었고, 또 너무 작았어.
그때 난 흰색(딸내미 픽)이나 인절미 색(아들내미 픽) 고양이를 보고 있었거든.
신기하게도 넌 그런 내 맘을 알았던 건지.
절박했던 거야.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너를 난 거절할 수 없었어.
그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해.
난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묘연이라는 건 그런 것이 아닌데.
날 선택한 건 너였어.
우리를 따라오고 싶어 난리를 치던
너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면서도
미안해.
얼마나 절박했을까
그 쪼그만 몸으로 진열대를 뛰어내려
넌 목숨을 건 거나 마찬가지였어.
그게 날 돌려세웠지.
넌 바로 알아봤던 거야.
너와 내가 함께 돌아갈 거란 걸.
첫날 집에 오면 보통 상자에서 나오지 않고
공간을 가린다고 하던데
넌 이미 차 안에서 나왔고 내 품에 안겼고
집에 와서는 온 집을 돌아다니며
신나 했지.
그 신중한 제리가 말이야.
제 집이라는 걸 알았던 거야.
그렇게 넌 쑥쑥 자라 두 살이 되었구나.
생일 정말 축하하고
세상에 태어나 줘서 너무 고맙고
낳고 두 달 만에 너를 보내야 했던
너와 똑 닮은 네 엄마 고양이에게도
너무 고맙다.
우리 곁에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할게.
사랑해. 제리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
너를 가슴으로 낳은 집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