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눈으로 말해요.

눈으로 욕하는 나

이제 아침저녁 제법 쌀쌀해졌다.

그렇게 안 갈 것만 같던 더위가 짐을 챙겨

서둘러 떠나고 그 빈자리를 어느새 가을이라는 손님이

체크인 하셨으니.

잘 알려져 있듯이 제리의 두 번째 털갈이 시기가

도래했다.

기지개 펴면서 이동하는 제리

여름 내 제리 털이 가늘고 가벼웠던 형태였다면

이 털이 떠나고 굵고 좀 무거운 형태로

바뀌는 시기다.

고양이는 이렇게 봄가을 두 번의 털갈이로 여름과 겨울을

대비한다.

외모가 급격히 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은 털이 더 굵고 무거워 더 복슬복슬해진다.

얼굴이 컴퍼스로 돌린 듯 동그래지는 시기다.

사람들은 이때 고양이를 털 찐 시기라 부른다.

제리는 브리티쉬 숏헤어라

이 종이 원래 좀 둥근 얼굴을 하고 있어서

과하게 털쪄 보이는 스타일이라

겨울이 제일 귀여운 시기다. 기대하시라.

아침부터 날이 추어서 그런지 원래 쓰려던 고양이 눈 이야기로

가기 전 갓길로 자꾸 새는 느낌.

암튼 고양이 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 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눈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고양이의 동공이 일자가

되면 사실 파충류의 그것과 비슷해서

좀 무섭다.

내가 어릴 적 무섭게 보았던 검은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에서도 고양이 눈을 줌인한 장면에서 고양이의

동공이 일자였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고양이 일자눈과 괴기한 울음소리.

근데 고양이를 알게 되면 이 일자 눈은

고양이에게 일상적인 눈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사실 고양이 일자눈 상태가 평상시

고양이 동공이 커진 상태가 위험시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반대로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 본격적으로 고양이 눈에 대해

살펴보자.

고양이는 태어날 때 누구나 파란색 동공(짙어서 블랙으로 보임)을 갖고 있단다.

그게 멜라닌이 제일 적은 상태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멜라닌 색소가 분비되어

본연의 눈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두운 눈(갈색) 일 수록 멜라닌 색소가 많고

푸른색일수록 멜라닌 색소가 적다.

그러므로 제리는 멜라닌 색소가 중간에 속하는 것 같다.

(푸른색 <초록색 <노란색 <갈색)

제리는 아깽이 때 흐린 회색이다가 자라면서 호박색에 가까워졌다.

고양이는 종에 따라 그리고 본래의 멜라닌 색소에 따라

다양한 색의 눈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흰색 털은 푸른 눈이나 오드아이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

검은 털 고양이는 푸른 눈이 없다고 한다.

눈 색은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푸른색일수록 개냥이,

노란색부터 독립적이라는데 얼추 맞는 것도 같다.

정작 노란색부터는 한 번 맘을 주면 더 많은 사랑을 준다고 하니

제리의 도도함도 그리고 앞으로 행보도 기대되는 바다.

제리를 처음 데려왔을 때

아들은 제리 눈 속에 우주 블랙홀이 있다고 했다.

짙은 연한 회색 눈이었는데

그 표현이 맘에 속 들었다.

제리 눈 속에 다른 은하수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쪼그마한 몸에 우주의 신비를 눈에 보석처럼 박고 있는 아깽이였다.

제리는 눈으로 말한다.

고양이를 만난다면 절대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그건 싸우자는 거다.

고양이는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다가가기 전 시선은 고양이의 눈을 향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신기하게도 제리와 나는 눈을 잘 맞춘다.

고양이가 집사를 엄마로 여기는 경향이 있을 때

눈을 맞추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빤히 바라보는 편이다.

제리도 나를 빤히 바라보지만

눈키스(눈을 감았다 떴다)하기에

정확히 말해 마주 바라보는 상황은 아니다.

눈키스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놀자고 할 때도 밥 달라고 할 때도 간식 달라고 할 때도

그냥 좋을 때도 눈키스를 한다.

고양이가 눈으로 말하는 이유는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란다.

소리 내지 않고 입을 벌려 대답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고양이의 모든 행동은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

조용히 상대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마련된

부분인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눈으로 사랑을 담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연애를 할 때 그렇게 상대를 바라봤던 것도 같고,

애들이 어렸을 때 그런 눈으로 봤지 않을까.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서 그런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요즘 나는 눈으로 욕을 한다.

게임만 하는 너, 누워서 폰 하는 너, 술 먹고 뻗은 너. 너희들을 보며

난 눈으로 욕을 한다.

제리는 눈으로 사랑을 말하는데, 나는 왜 눈으로 욕을 말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가끔 레이저도 쏘는 것 같다.

이건 내 문제일까. 너희들의 문제일까.

언제 애기였던 너를 보던 그 눈빛이 돌아올 수 있을까.

가을과 집 나간 입맛 돌아오듯이 그 눈빛도 소환해 봐야겠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