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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Oct 09. 2024

사랑도 통역될까요?

너 그러다 돼냥이 된다

아들과 딸이 중간고사와 장렬히 싸우고 있다.

과연 누구의 승리일까. 남는 것은

엄마의 골병이다.

둘 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3학년인

아들은 시험기간 정상 등교 시간이고 1학년인 딸은

11시 등교라 다른 시간에 밥을 먹고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다 보니

항시 대기조가 된 상황이다.


게다가 어제 뉴스에서 나온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가 일제히 10월에 집중되어 알레르기 환자 급증이라더니

알레르기 비염 증상으로 재채기에 콧물에

결국 컨디션이 급 하락한

나는 걸어 다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럼에도 모성을 한껏 과시하며

괜찮은 척 잘 방어하다 드디어

어젯밤 목이 아파서

잠을 설치고 아침에 약을 챙겨 먹었으나

별 차도가 없는 상태다.


주저리주저리 핑계 대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면

맞다.

오늘 엄청 부실한 내용을 기대하시라. (ㅜ.ㅠ)

드디어 고양이 울음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 컴퓨터를 켜기는 했으나

잘 될지는 모르겠다.


고양이는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로 울음을 이용하고 있다.

 야생의 고양이가 우는 것은 발정기를 겪는 고양이를 제외하고 보기 어렵다.

소리를 낸다는 것은 위험에 자신을 노출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기에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기에 안 내는 것이다.


길냥이가 소리를 낸다면 짝을 애절히 찾거나

위험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발정기는 아기울음에 가깝기에 확연히 알 수 있으니

혹 위험에 처한 길냥이 소리를 외면하지 마시길)


집사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고양이는 집사의 부름에 입만 벌리는 행동을 한다.

이 경우 아주 고주파로 소리를 내고 있어서 사람에게만

들리지 않는다. 사실은 굉장히 다급한 경우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않아도 입을 조금 벌리고 소리 내는 척을 하면

내가 들리지 않는 고주파 소리로 날 부르는구나 생각하면 된다.

고양이는 우리와 소통하기 위해 억지로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소리를 내는데

그것이 야옹인 것이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고양이에게는 우리가 하는 말소리가 그렇게 들린다는 것이다.

즉 집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거다. (잘 들어보면 집사의 목소리 톤과 유사하다)


또 집냥이들은 자신이 성장한 것을 알기 어렵기에

(타 고양이와의 사회생활이 전혀 없기에 모른다.)

애기 때 내던 하이 톤의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단다. 

길냥이보다 애기 울음을 우는 집냥이들.


그럼 높낮이에 따라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가?

그렇다. 높은 소리의 울음은 요구 사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기분이 좀 좋은 상태라고 한다. 낮은 소리의 경우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표현이다.

낮은 소리를 지속적으로 낸다면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불만 표출일 수도 있다.


어제 오후 제리가 아주 애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소파에 널브러져 잠든 내 손에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얼핏 깨는 바람에 배가 고픈가 보다고 생각해

밥을 조금 주었다. 이내 다시 잠이 들었는데

또 애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했다. 금방 울어서

밥을 주었는데 또 오다니.

그래도

몸이 천근만근이었던 나는 또 조금

밥을 주었다.

그때까지도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계속 밥을 주면서 "뭐지 왜 계속 오는 거지. 돼냥이가 목적인 거냐."

낮에는 보통 자고 아침과 저녁에 과격히

노는 편이기에 왜 계속 연이어 밥을 달라는 지 몰랐다.

그리고 이내 잠에 빠졌다.

다시 애절한 울음.

살짝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이미 밖이 어두워져 있었다. 6시였던 것이다.

제리는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는 집사의

상태가 걱정이 돼서 손에 얼굴을 계속 비비며 울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계속 그렇게 집사의 상태를 체크했던 것이다.

결국 일어나 밥을 챙겨줬으니 안심하고 다시 자러 갔고

어두워지자 연이어 와서 울었던 모양이었다.


집사야 어디 아프냐?

어 왜 밥을 주지. 암튼 냠냠 너 괜찮은 거냥


일어나야지. 집사야.

어라 또 밥을 주네. 뭐 주는 거니까 잘 먹을게. 냥냥


내가 돌봐줄까? 일어나 애들 배고프겠다.

어. 나 아까 먹었는데. 준다면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양


집사야. 나 초큼 무서워. 너 살아는 있는 거냥


제리 너의 사랑을 누가 통역 좀 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통역 돼 알았다면 내가 많이 울었을 것 같기는 해. 걱정해 줘서 너무 고마워. 그 와중에도 한 번을 나와보지 않는

두 인간에 대한 섭섭함이 폭발하려는 순간 두 인간도 잤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 집에 잠 귀신이 잠깐

체류했던 걸로 마무리해야지. 흠흠흠.


결국 제리의 걱정을 오해한 덕분에

아주 넉넉하게 먹은 제리는 그 저녁 길게 숙면하였다.

어쩌면 좋니. 너를.


너 그러다 돼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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