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우울한 내게 고양이 처방전
25화
실행
신고
라이킷
220
댓글
6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하숙집 고양이
Oct 16. 2024
너의 골골 송이 들려.
고양이가 주는 위안
어떤 아나운서가 갱년기에 걸린 자신을 설명하면서 눈썹 빼고는 다 아팠다고 했다.
나는 아직 그 방송을 봤던 때를 잊을 수 없다.
과연 사람이 그렇게 아플 수 있을까?
믿지 못했던 것 같다.
막상 내가 갱년기에 처하니
그 말이 무슨 뜻으로 한 이야기인지 알게 되었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그렇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증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두렵기만 했다.
통증은 극심한 무기력증을 달고 돌아왔다.
배가 아예 안 고프기도 또 심한 허기에 시달리기도 했다.
증상이 어깨동무하고 온 불안은
내 삶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렸다.
나는 신나게 달려오던 길의 중간에
멈췄다. 그리고 내렸다. 내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고, 지금껏 달려온 길도
보였다. 나는 그렇게 이 순간 멈추어 내리는 선택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도망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누구든 도망쳐도 된다. 때로는 도망쳐도 보고, 때로는 멈춰도 봐야 한다.
그래야 그 길이 맞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정해진 길로만 갈 필요가 있을까.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게 왜 쉬냐고 물었다.
난 쉰 적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내려서 주변을 보고 어느 길로 갈지 찾는 것이 쉬는 것인가?
난 멈춰서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왜? 쉬면 안 되나?
어떤 때 그 순간 좀 더 가서 쉴 걸이라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두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후회란 늘 데리고 다녀야 할 동반자가 아닌가.
왜 이리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렇다.
고양이 골골 송이 사람에게 안정과 불안을 낮춰주는 효과를 준다는 사실에 대해
에피소드를 풀려고 시작한 것인데, 이야기를 다시 밝은 쪽으로
고양이에게는 두 가지의 종류의 골골 송이 있다.
첫 번째 골골 송은 나 여기 있고, 현재 편해를 나타낸다.
고양이의 골골 송은 어미에게 젖을 먹고 있는 아깽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현 상황을 알려주는 소리라고 한다.
즉 어미가 새끼들이 무사히 젖을 먹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서로 주고받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러기에 골골 송은 그런 이유로 맛있게 젖을 잘 먹고 있는 행복감의 표현인 것이다.
두 번째 골골 송은 무서워. 여기 불안해를 나타낸다.
불안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드러낼 때 내는 소리다. 앞선 상황과 정반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이 소리를 냄으로 스스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도 쓰인다고 한다.
두 골골송을 구분하는 것은 소리에 높낮음으로 판별가능하다.
첫 번째는 높고 두 번째는 낮다.
중요한 점은
골골 송은
듣고 있는
집사의 마음에도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제리는
밥을 달라고 할 때
나를 부르고(애교를 있는데로 부리며 스킨십한 후)
밥자리에 앉아서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모습은 참 거절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거절하지 않고 조금씩 자주 주는
식으로 달랜다.
내가 밥을 주려고 일어서 가까이 오면
제리는 꾹꾹이를 하며 골골송을 낸다.
밥을 먹기 전에 그 행동을 통해
나는 제리가 날 엄마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는데 손으로 짜주는 츄르를 먹는다는 점
.
손에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큰 애정의 표현이다.
다른 식구들과 나를 부르는 소리가 다르다는 점
.
엄마에 가깝게 날 부른다. 길게 부르는 편으로 다른 식구를 부를 때와 구분 된다.
제리는 독립적이고 사람과 가까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브리티시 숏
종이기에
이런 면은
상당한 신뢰감의 표현이다.
이 이야기가 엄청 훈훈한 이야기로 끝맺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면
오판이다.
그랬다. 그렇게 착각했었다.
내가 일하는 날엔
아들이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내가 없으면 돌봐주는 사람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근데 내가 있는 날도
아들이 돌아오면 엄청 반기고 따라가서는 거의 그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귀여운
배신자.
가끔 아들 방에 가면
바람피우다가 들킨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올 때가 있다.
"이 녀석아. 나 그렇게 속
안 좁아. 형도 공부는 해야
지. 그래야 대학 가지."
나도 골골송을 내고 싶다. 현재 난 두 번째 골골송을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첫 번째 골골송을 내고 싶다.
keyword
고양이
갱년기
Brunch Book
수요일
연재
연재
우울한 내게 고양이 처방전
23
하늘은 높고 고양이도 살찐다.
24
사랑도 통역될까요?
25
너의 골골 송이 들려.
26
네가 보는 세상은 파랗고 초록해
27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고양이
전체 목차 보기
하숙집 고양이
반려동물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다시(갱)살아(년) 보(기)하고 있는 두 아이들의 엄마이자 초보 집사이자 국문학 박사
구독자
738
구독
이전 24화
사랑도 통역될까요?
네가 보는 세상은 파랗고 초록해
다음 26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