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자를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지금 깊이 자는 제리를 깨울 수는 없고, 상자 채로 들고나가면 괜찮을까나. 상자를 들려고 잡자
아 됐어요. 나가봐요. 이 팔자 편한 고양이 같으니라고. 너 나 대신 학원 갔다 와. 나도 자고 싶다고.
아들 방을 나오며 아들이 나를 왜 불렀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돌려 말하는 아들. 제리가 방해하면 문을 닫으라고 말했는데도 꼭 열어서 들여보내 놓고는 자꾸 제리가 방해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엄마에게 칭얼대고 싶은 어린 맘이 있었던 거다.
남편이 퇴근하고 아들이 불을 켜두었다고 투덜대며 와보라기에
방에 가보니 아들 침대에 떡하니 자리 잡은 제리가 있었다.
아니 제리는 전등 안 켜두어도 되는데 왜 켜주고 가는 거야?
애가 살가워서 그래.
그리 쫓아내라고 하더니 침대에 이불 덮어주고 전등도 켜주고 가는 아들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학원을 마치고 스터디 카페 갔다가 돌아오면 거의 1시인데 얼른 자라고 해도 제리와 꼭 놀아주는 아들.
그래서인지 제리는 아들이 돌아올 시간만 되면 현관에 와서 기다리고는 한다.
기억의 한켠에서 떠오르는 한 장면.
아이들 아빠가 그렇게 했었다. 늦게 퇴근해도 두 아이들을 몸으로 한 참을 놀아주고는 했다.
온갖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부부라는 이름으로 사는 데는
그런 아이들을 살갑게 대했던 아빠로서의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들은 남편의 퇴근을 한 없이 기다리고는 했다.
옆 집 문 소리에도 아빠다 하고 우르르 나가던 그 꼬맹이가 이제 수능을 친다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축 처진 어깨로 돌아온 아들의 다리 사이로 제리는 연신 통과하며 아들 다리를 꼬리로
착착 감친다. 아들은 입을 앙 다물었지만 입가가 기쁨으로 실룩실룩 대는 것이 보인다.
아 귀찮게 또 왜 이래. 나 힘들어서 못 놀아준다고.
방으로 쪼르르 따라가는 제리는 꼬리를 한껏 들어 올리고는 개선장군 마냥 아들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은 쫓아내기는커녕 못 나가게 문을 닫는 것이 아닌가.
뭐야 저 둘 쳇
그 타이밍에 제리를 잡으러 나온 딸애가 오빠와 제리 사이를 질투하는 푸념을 뱉는다.
고양이도 코를 곤다. 다양한 이유로 코를 고는데 종에 따라 코를 고는 고양이가 따로 있다. 주로 얼굴이 작은 종일 수록 기도가 좁을 수 있어 골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안과 털이 적은스핑크스 종 또 제리와 같은 종인 브리티시 숏은 코를 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만일 그게 아닐 경우 알레르기나 비만 등 다양한 이유로 고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에 갑자기 코를 곤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일회적인 경우도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고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는 편해서 숙면해서 고는 경우가 많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