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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히키코모리와 같다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by 글쓴이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건강검진에 누락된 위내시경/대장 내시경을 하는 날 아침인데

그 전달 복용하던 우울증을 안 먹었더니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자서

결국 약을 먹고 잤습니다.

그리고 8시에 내시경을 받으러 갔는데 (이때부터 영 컨디션이..)

결국 대장내시경은 실패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아까우니 하루 더 금식하고 내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이미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서 일주일을 미뤘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도 컨디션이 복구되지 않아 집에만 있었습니다.

누웠다가 핸드폰 게임 했다가, 유튜브 봤다가 다시 눕거나

엄마가 차려주는 밥만 먹고 토요일마다 가는 병원도 가기 싫어서 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람만 히키코모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단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집 외에는 나가기가 싫고

깨어 있는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는 제가 바로 히키코모리가 아닌가 합니다.


쇼핑이나 원데이 클래스. 핫 플레이스를 가는 것도 참 좋아하고 혼자 뭔가를 하는 것도 잘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싫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마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도 하다가 말고, 집중도 잘 안되고 계속 딴짓하고

성인 ADHD가 걸린 게 아닌지 의심도 됩니다.


남편이 떠나갔을 때와는 비교 불가지만 뭔가 하는 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벌써 이력서를 80군데가량 썼는데 영 소식이 없습니다.

내 경력은 물경력인가,, 자꾸 자신이 없습니다.

스펙 좋은 2-30대들도 취업이 어려운데, 나이와 경력만 많은 제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다음 주도 아마 저는 또 이렇게 지낼 것 같습니다.

어디든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나의 생각은 망상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회사에서 다시 출근하라고 한다고 해도 출근은 안 할 것 같습니다.


언니는 아직 더 쉬어도 된다고 하지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일 하기도 싫고 히키코모리도 싫지만 일단 나가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저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회사 안에서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소속감을 잃은 저는 지금 히키코모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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