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의자를 밟고 올라가, 창고 위 먼지가 눈처럼 쌓인 앨범 하나를 툭툭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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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인가?”
가물가물한 기억 속 손가락을 더듬거리며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엄마, 나 이때 왜 울었어?”
“어? 여기 우리 강원도 놀러 갔을 땐가?”
“우와, 엄마 아빠 진짜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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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한 장을 넘길 때마다 10년 전, 20년 전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미련하게도 기억에 없는 사진들이 참 많다. 옆에 꼭 붙어 가르쳐주는 과외 선생님처럼 엄마를 옆에 앉혔다. 스윽, 무관심하게 쳐다보고는 열변을 토하는 엄마. 내심 그녀의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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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엄마의 나이는 35살인 줄 알았다. 가장 씩씩했고, 빛났던 엄마. 아이 둘 키우랴, 맞벌이하랴, 시부모 모시랴, 한 번도 힘든 기색 내비치지 않는 그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엄마의 멍든 가슴이 보인다. 사진 속 엄마는 딸 둘을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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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태어난 순간.
엉금엉금 기어 걸음마를 뗄 때.
뽀글 머리 아기가 스스로 양치하던 날.
낯가림이 심해 펑펑 울며 발표했던 유치원 학예회.
머리칼을 휘날리며 달리던 체육대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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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눈 안에만 담기 아쉬워 늘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아빠였다. 아빠는 카메라 렌즈를 자신의 동공 삼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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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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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가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