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아스팔트 위 쾌쾌한 타이어 냄새만 맡아오다가 흙과 돌멩이가 뒤엉켜 갈리는 구수한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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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은 청바지에 다리를 욱여넣듯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갯길을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버선 말로 마중 나온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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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고, 인자하다.
그간 보지 못했던 시간들이 증명해 주듯 이맛살과 눈가에는 또 하나의 나이테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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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때나 더울 때나
늘 걸 터 앉아 계신 색 바랜 마룻터
공허하면서도 뜨거운 가마솥과 구덩이
맞은편에 빽빽이 자리 잡은 나무들까지
시간이 멈춰버린 것 마냥 모든 게 그대로인데 내 모습만 자꾸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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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래진 사진들이 가득한 좁디좁은 방에 엉덩이를 살포시 내려놓는다.
티브이 속에는 언제 방영되었는지도 모를 드라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구슬픈 소리와 함께 방안을 가득 둘러싼 사진들을 음미하며 잠시 그들의 세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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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도, 늙어서도 오로지 자식밖에 모른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온몸이 성한데 없는 자신보다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룬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간이고, 쓸개고 다 띠어줘도 모자라고 모자라다.
그놈의 자식이 뭔지, 한평생 다 바쳐 키웠지만 여전히 부족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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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디 맑은 미소를 뒤로한 채 서울로 오르는 길은 후련하면서도 묵직하다.
이제는 자식 걱정 그만하고 건강이나 잘 챙겼으면 하는 마음과는 달리 모진 말만 잔뜩 퍼붓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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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들만큼은 세월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으면,
변치 말고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