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아덜씨의 시크릿 노트
* 1화부터 9화까지
보고 오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 모든 에피소드, 특히 이번 번외 편은
정말 믿기 힘드시겠지만 약 95% 사실임을 알려드립니다.
아덜씨는 골프는 본인 적성에 맞지 않고,
재미가 없으니 빠지게 될 일은
전! 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모든 말들이 밑밥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진심 업무의 연장이라,
할 수 없이 친다는 그의 말을...
순진하게도 나는 믿었다...
시도 때도 없이 골프 영상을 보고
햇빛 쨍쨍한 날, 장우산을 굳이 휘두르고 다니고
어떤 오픈런도 질색하면서
아파트 커뮤니티 골프연습장은
새벽 5시 오픈런을 하는...
골프에 진심을 다해 미쳐가는
그의 언행 불일치를 지켜보던 와중,
문득 그가 어떻게
비싸다는 골프장비를 구비하여
배우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행적과,
소비행태를 낱낱이 파헤쳐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관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의 안타까움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고...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공유코자 한다.
회사 동료, 상사, 친구 등등에게
‘골프 좀 배워라, 배워라’ 아무리 들어도
‘소귀에 경 읽기’ 태도로 일관하다 보면
답답한 누군가가 안 쓰는 골프채라며
손에 쥐어 주는 때가 온다.
그렇게 골프채 득템.
하지만, 하다 보면 골프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
그럴 경우!
핸드폰을 켜고, 당근 어플을 연다.
물물교환 또는 판매와 구매에 열과 성을 다한다.
운수 좋으면 차액으로
치킨 닭다리 콤보를 시킬 수 있다.
더 운수 좋은 날이면
핑크색 키티 얼굴의 커버까지 나눔 받을 수 있다.
자칫하면 불륜의 흔적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
얼른 거래 내역과 당근 온도를
배우자에게 보여준다.
* 참고로 시작은
공짜 골프채에서 시작되었으므로
골프채에 투자한 금액은 아직까지 0원이다.
아덜씨에게는 신념이 있다.
모든 물건은 매장에 진열되어 있을 때까지
새 상품이라는 것.
내 손에 들어온 이후 중고가 되고,
감가상각 된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으면
새것이 중고 같고, 중고가 중고 같아 보이는
매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골프채에 이어
골프공도 새것을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는 환희,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되었을
로스볼을 개당 100원에 구매한다.
비록 흠이 있고, 색은 바래졌지만.
이러나저러나 굴러가는 공은
매한가지임을 명심한다.
*주의 : 필드에서 사라져도 찾지 마세요.
공 구하러 갑니다.
어떤 스포츠든 처음이 중요하다.
누구에게 배우고, 어떤 자세를 익히는지에 따라
실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말 다행히도 요즘에는
유튜브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일타 강사의 인강을 내 집에서 편안히 시청하며
강사와 일심동체, 이체동심이 되어
골프채 잡는 법부터 자세 등
A~Z까지 학습이 가능하다.
* 주의 : 자세 잡는다며
달달 떠는 오두방정 하체 및
둔탁하게 휘두르는 상반신이
우리 집 거실에 자리 잡고 있음.
비싼 퍼팅매트와
골프공이 튀어나오는 연습 기계를
구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저가 용품으로도 얼마든지
실내 퍼팅연습이 가능하다.
기계로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퍼팅뿐만 아니라 야구 배팅까지
잘하게 되는
기가 막힌 기술을 익힐 수 있으므로
일석 이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매끄러운 매트로 인해
그린스피드뿐만 아니라
스카이 스피드까지 가능하다.
① 골프복 :
집에서는 빤쓰와 난닝구로,
스크린과 그물 연습장에서는
무릎 늘어난 운동복으로 연습했던 그에게도
필드에서 입을 골프복 정도는 필요했다.
초여름, 방구석 골퍼인 그의 디데이가 정해져
할인에 할인을 더한 골프복을 겨우 장만했다.
(참고: 여름용이 저렴하다.)
② 골프벨트 :
아덜씨의 큰 형님이자, 나의 형부가
쓰지 않는 게 있다며 기꺼이 기부를 해주셨다.
(* 참고로 얼마 전 스카프링이
필요하다던 언니에게
형부가 사준 브랜드는... 이러했다.)
③ 골프 파우치 :
비록 오십견이 와 팔을 올리기 힘들지만,
솜씨 좋은 처형의 삯바느질로
뚝딱뚝딱 파우치 정도는 금방 해결이 됐다.
④ 골프공 커버 :
아덜씨가 유튜브로 골프를 배울 때,
나는 한석봉 어미의 마음으로
옆에서 뜨개질 영상을 보며 따라 했다.
탐스런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샀던
오헨리의 크리스마스선물처럼 되기엔
여성탈모가 진행되는 내게
남은 가닥은 얼마 없었고,
그렇다고 돈을 들여 사기도 아까웠으므로
그간 배운 뜨개질을 써먹기로 했다.
열심히 한코한코 뜨고 골프공을 넣는
감격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