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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봉 Oct 10. 2024

10화. 밀레니얼 엄마와 알파 딸

챗 하이텔 vs 챗 지피티


* 글을 제때 업로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림 작가님의 비협조 때문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림작가=아덜 주니어 2)


M(밀레니얼) 세대 :

치고 팔짝 뛰겠다 너 때문에.

vs

알파 세대 :

려고 할수록 우리 관계는

국이니 신경 꺼 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고,

그들은 알파 세대인가 보다.


코로나에 무뎌지고,

 방구석 세 모녀의 대 환장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일상을 되찾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찰나의 황금기를 맞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화가 나지 않고,

존재함에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한 나날들.


하지만 오랜만에 맛본 훈풍에 낚여

미세하게 달라진 낯선 내음을

알아채지 못했던 나는...

무방비 상태로 당한 한밤중 공습처럼.

아덜 주니어 1의 폭격을

보호장구 하나 없이 그대로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퍽 달라진 향기만큼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그녀의 언행들까지.


<그녀의 새로운 행동 수칙>

첫째. 시간 개념만큼은 칼 같던 그녀가

1분, 2분, 4분, 8분... 2의 n 승 수준으로

 늑장을 부렸고,





둘째.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남사친들과 게임과 운동을 즐기던 그녀가

어느 순간, 야생마 조련사를 꿈꾸며

굳이 불필요한 체면을 차렸으며,




셋째. 무. 엇. 보. 다!!!

배려의 아이콘이던 그녀가

널뛰는 감정의 기복으로

뒤틀린 심사를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 심사의 근원에

엄마인 날 앉혀 두기 시작했다.





조언을 하면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며 화를 내고,

위로를 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외치며 화를 냈고,

수시로 울거나,

제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거나.

(feat. 솜털 주먹)

그러다 잠깐 제정신이 돌아오면

죄송하다며 또 울고.



<아덜주니어가 혹시나 볼 상황을 대비해 암호로 쓰였음을 이해 바랍니다. >


아무튼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반복되면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샐까 심히 우려되었고,

할 수 없이 나는 담당 선생님들께

조심스레 여쭤보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인기 많고 리더십 있으며 배려심 많은 친구,  

어른 공경할 줄 알고, 예의 바른 학생”이라며

다들 하나같이 짜 맞춘 듯했고,

심지어 나의 이야기에

역력히 놀란 기색을 비추었다.


그럼 그동안

밖에서는 지킬로,

안에서는 하이드로 살아온 건가.




그녀의 심리는 어떻기에

이런 사태까지 온 것인지,

나는 결국 참다못해 상담을 받기로 했다.


 

 선생님 : “이제 시작입니다. 사춘기네요.

기질이 예민한 데다가 감정의 크기 또한

남들은 사과 정도라면

아덜 주니어 1은

수박 크기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고칠 수 없는 건 아니겠죠?”

선생님 : “물론, 감정을 다스리는 약을 쓰게 되면

조금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니어 1은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고,

사회성도 좋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으니

권하지 않습니다.”

 : “그럼 저에게 왜 그러는 거죠?”

선생님 : “한마디로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어머니네요.

그래서 유치하게 엄마 앞에서

머리를 때린다던지,

엄마가 걱정하는 말을 한다던지,

우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하는 거죠.

지금처럼 꾸준히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시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양상을 보일 수도 있게 되는 거죠.”

.

.

.

“선생님..? 그럼... 저의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쩐지 아덜 주니어 1을 임신했을 때

그렇게 수박 냄새만 맡아도

신물이 올라오더라니.

골프 금쪽이에 이어 사춘기 금쪽이라니...


사춘기 금쪽이 아덜 주니어 1이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이제 본인은 사춘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선생님 말씀대로

공감과 위로가 더욱 필요하다며,

제대로 벼슬이라도 쓴 양,

우쭐거리는 말투로...

아니, 그럼! 엄마라는 존재는

 마냥 받아내기만 해야 한다는 건가?


40세 넘도록 여전히 나의 정신적 향방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 순간에...

사춘기 자녀라니...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고민에 휩싸인 채,

 나의 지난 10대 시절

사춘기는 어땠을지 돌아봤다.


제각각 예민한 네 자매를 키워내고,

누구 하나 빗나가지 않게 잘 붙들어 맨

우리 엄마의 비법...


기가 막히게 찰진 손맛 보유자이자

등짝 스매싱의 달인...





머리를 긁적이기 위해 손만 올려도 자동반사로

거북이 등딱지처럼 움츠렸던 언니들과 나.






가끔 내려지는 칭찬에 몸 둘 바 모르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만드는 능력.





지금은 인자한 할머니로 은퇴한 엄마지만

한때는 오은영 박사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꽤나 날렸지 않았던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처벌이 완전히 금지된 요즘.

사춘기라는 탈을 쓰고

더 기고만장해진 알파들에게

정도(程度:분량, 한도)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지나치면 맞불도 불사함을 일러주기 위해.


그리고 사춘기는 벼슬이 아닌,

달라진 몸과 마음가짐.

독립된 주체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깨우쳐 주기 위해.


아무래도 엄마의 기술이 내게로

사사하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지극히 교양을 갖춘

어른이기에

정도( 正道:정당한 도리)를 지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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