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따라 하면 백퍼 망...
*모든 에피소드는 믿을 수 없겠지만 99%
실화임을 알려드립니다.
주니어 1을 깨웠다. 몇 번 말로 했지만,
눈을 계속 감고 있길래 흔들어 깨웠다.
도끼눈이 되어 깬 그녀가 말했다.
그냥 눈 감고 있었던 건데 왜 그러냐고,
알아서 일어나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다음 날, 깨웠더니 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요청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전 8시가 넘었다.
왜 깨우지 않았냐고 화를 내길래
눈 감고 생각 중인 것 같아서
방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눈물을 흩뿌리며.
왜 그러냐 물으니
대답하기 싫다고 했다.
'대답하기 싫은
너의 의견을 존중하마.' 하고
뒤돌아 나서는데,
'사실은...' 이러며
다급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학교에서 겪은 친구 문제로 상심하길래
그럼 앞으로 어찌해야 하냐고
계속 묻길래 조언을 했다.
본인은 내성적이라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또 화를 냈다.
아덜씨가 웬일로 일찍 퇴근을 했다.
사춘기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소통임을 인지한 듯하다.
어쩌면 나의 협박이 통했을지도...
사춘기 자녀, 특히 이맘때
딸과의 관계가 멀어지면
평생 딸과 손잡을 일은
그녀의 결혼식 날,
사위에게 넘겨줄 때 말고는 없을 거라고 했다.
아덜씨가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방을 향했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그녀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덜씨가 딸과의 대화에서
그의 고유한 장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기.
영혼 없이, 공감 없이 대답하기.
(무한 도돌이표)
그럼에도 성과는 있었다.
웬만해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그녀가
아덜씨만 남겨둔 채
스스로 본인의 방에서 탈출하였으니.
아덜씨를 데리고 나왔다.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은 일보 후퇴하고,
그냥 주니어 2의 학습지를 봐 달라 했다.
아덜씨가 또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주니어 2의 방을 향했다.
곧이어 주니어 2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덜씨가 그만의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하필이면, 항상 한걸음 뒤에서
친구들을 응원했던 탓에
수학 실력이 조금 모자랐던 그녀에게...
아덜씨를 데리고 나오며,
언젠가 보았던, 아주 인상 깊었던
작품 하나가 떠올랐다.
물고기도 제 놀던 물이 좋듯,
아덜씨도, 주니어 1도, 주니어 2도. 나 역시도.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루틴대로.
그냥 늘 그래왔던 대로.
그것이 가족 간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