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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봉 Oct 22. 2024

13화. 사춘기 소녀의 남자사람친구

사람친구가 남자사람친구로 변하는 순간. 


* 믿을 수 없겠지만,

거의 모든 에피소드는

99% 실화임을 알려드립니다.



돌아온 야구 시즌.

나는 롯데 팬이다.




하지만 서울이 주거지인 우리 주변은

다수가 엘지 팬.

게다가 주니어 1의 친구들도 

대부분 엘지 팬이었기에,




그녀의 공감대 형성을 고려하여

나는 변절을 감행하기로 했다.


배신자라며 개탄해하는

롯데 팬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주니어 1의 친구 엄마가 극적으로 

표를 구해 동행하게 된 백만 년 만의 야구장.

우리는 엘지 굿즈 숍에서 머리띠도 사고.

희희낙락. 그때까지도 좋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주니어 1과 오래전 같은 반 친구였던

남자아이, 그리고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그동안 엄마들끼리는 자주 보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본 건 오랜만이다.


한때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사람 친구면 격 없이 놀이터서 

굴러다니며 놀던 그녀였기에. 

둘이서 공통 관심사도 나누고, 

선발 투수 얘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체면을 차리는 주니어 1.

데면데면한 모습이 낯설어

인사하라고 등 떠미니

순식간에 뱁새눈으로 변신한 그녀.



눈이 찢어지다 못해 

관자놀이까지 이어질 뻔.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맥주 들통을 메고 다니는 판매원이 보였다.

야구장의 묘미. 야구장의 재미, 야구장의 백미...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순간.



하지만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친구 엄마로 인해 

나는 꼴깍거리며 

마른 입술만 축이게 되고..



이상함을 감지한 친구 엄마가

 한잔 하라며 권하는데..

주니어 1의 뱁새눈 또 출동.




한화를 향한 엘지의 공격. 

너 나 할 것 없이 일어서서 응원하는데.

흥에 겨워 나의 궁둥이도 들썩들썩.

수건을 흔들며 

최강 롯데를 외치던 내 입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적 엘지를 외치고...



그런데 자꾸 내 옷을 잡아당기는 그녀.

뒷사람이 앉아 있어 안 보일 수 있으니

오버하지 말고 앉으라는 말과 함께.


뒷사람은 먹기 위해 앉아 있는 건데.

그 세명 빼고 모두가 서서 응원하는데,

아, 너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 앉았구나.



잠실 야구장 수용인원이 대략 23,750명.

매진이었고, 

한화가 원정팀이니 

만 명 정도 좌석 점유했다 치면, 

네 명 제외한

약 13,746명이 오버하고 있구나.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도 

남사친에게

"안녕, 즐거웠어." 란 인사를 끝으로 

여전히 도도함을 유지하던 너.


근데 너 왼쪽 엉덩이에 케첩 묻었다.

거기다 아까 팔에 앉은 팅커벨 후려쳐서

벌레 터진 흔적 남은 것도 보여.



집으로 돌아와

컵라면과 함께

최강 야구를 시청하며 

역동적인 응원, 

걸걸한 육성을 자랑하던 너.

역시 이게 야구지!!! 라며...



너의 사람 친구가 

남자 사람 친구로 변했음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아무튼 나는 그냥, 

원래대로 롯데 팬... 하련다.

썸남과 오페라하우스에 온 듯한

너의 응원은 존중할게.


블로그도 시작합니다.

https://blog.naver.com/nabong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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