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철학 - 프레데릭 르누아르
최근에 어떤 기업의 오프라인 행사에 다녀왔는데요. 거기 한 전시 부스에서는 경력 채용을 위한 채용 상담까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연봉이 높은 금융권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 특히 제 직장 동료들까지 관심이 쏠렸었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업무 혹은 개인의 성장 같은 건 뒷전이고 오직 금융권, 돈이라는 기준으로 바로 이직을 결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뿐만이 아니죠. 인스타 유튜브의 추천템들을 따라사기 바쁘고, 유행에 맞춰 옷을 입는 것은 기본입니다. TV 속 이미지의 부자들을 성공의 아이콘으로 삼고 부러워 합니다.
우리는 보통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르네 지라르>
스피노자는 욕망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했죠. 이렇듯 우리 마음속에는 누구나 '욕망'이라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사회 혹은 타인 주입하는 욕망들을 그대로 좇으며 살아가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그저 그런 가치들을 좇으며 살아가는 것은 과연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우리의 욕망이 타인을 모방하고, 사회가 이야기 하는 좋은 것들 기준으로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향으로 설정이 된다면, 쾌락과 소유 중심으로 더 많은 것들을 원하게 되면서, 계속적으로 소모되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내부의 욕망에 대해서 제대로 짚어보고 그 방향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를 꼭 생각해 보아야 해요. 이 문제를 간과하게 되면, 타인 혹은 사회적 기준이라는 굴레에 갇혀 '진정한 만족'을 찾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게 될 거구요.
제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책이 있는데요. 바로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욕망의 철학, 「내 삶을 다시 채우다.」입니다. 이 책은 철학적 관점에서 욕망을 다룹니다.
1부에서는 욕망의 필수적인 역할과 본질을 검토합니다. 플라톤의 '결핍으로서의 욕망', 르네 지라르의 '모방 욕망' 등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불행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탐욕과 질투의 메커니즘을 분석하죠.
2부에서는 욕망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인류가 시도해온 다양한 규제 방식을 탐구합니다. 종교법 같은 외적 규범, 아리스토텔레스와 에피쿠로스의 이성과 절제, 스토아주의와 불교의 의지나 초연함 등 철학적, 종교적 흐름을 통해 욕망을 다스려온 노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3부에서는 욕망을 힘으로 보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탐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존재를 깊고 지속적인 즐거움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욕망의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해요. 바로 욕망의 재설정인데요. 니체, 융, 베르그송의 사상과 함께 욕망하는 힘을 키우고, 특히 창의성을 통해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원초적 뇌는 우리가 권력과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도록 부추깁니다. 돈은 두 가지 열망을 모두 충족시킵니다. 부와 사회적 명성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선택을 좌우하는 매우 강력한 원동력 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우리는 새로운 삶의 모델이 출현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소유보다 존재에 더 깊이 관련된 욕망에 응답하는 더 단순하고 절제하는 삶 말입니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서양인, 특히 청년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가족, 우정, 예술적 열정, 자연 및 동물과의 유대 관계, 여행, 지적이고 영적인 일 등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덜 벌고 사회적 명성에 초연한 삶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적게 벌자는 새로운 화두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지요.
이들은 이제 부유함, 지배,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망을 따르기 보다는 더 깊고 질적인 욕망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데 더 큰 동기를 갖습니다.-P129
삶의 모든 것은 욕망과 동기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욕망이 잘못된 방향으로(외부 모방) 흘러 건강을 해치거나 우리를 슬프게 할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대상으로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소유보다는 존재에 더 깊이 관련된 욕망들, 예를 들면 경험, 사랑, 자기실현 같은 것들에 집중하는 더 단순하고 절제된 삶이 필요합니다. 돈과 성공을 쫓기보다, 더 나은 삶의 질, 가족과 우정, 예술적 열정, 자연과의 교감, 여행, 지적이고 영적인 활동 등을 선택하는 거죠. 이는 비록 돈을 조금 덜 벌고 사회적으로 초연한 삶일지라도,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선택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저의 성과나 행동들이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걱정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이는 결국 건강한 자존감과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핵심은 바로 '나의 존재'를 찾는 것입니다. 흔히 존재가 희미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나의 개성화, 즉 자아실현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의 존재가 확고해지면,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스스로 빛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타인의 시선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하게 될 거구요.
욕망이 우리의 본성에 잘 맞는 사물이나 사람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성과 직관의 분별력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과 성찰, 인생 경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적절히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을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잘 맞고 즐거움을 주는 사물, 생각, 사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플라톤의 결핍으로서의 욕망이 아니라 스피노자의 힘으로서의 욕망, 기쁨으로서의 욕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P146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자 삶의 원동력 입니다. 삶에 대한 만족은 그 욕망을 어떻게 가꾸고 이끌어 가느냐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존속 역시 우리 욕망의 올바른 방향에 달려있습니다. 사회가 양극화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배려, 진실의 추구를 통해 욕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의식으로 욕망을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P237
지난주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통해 나를 알고 삶의 의미를 찾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오늘 소개한 이 책도 정확히 같은 맥락입니다. 핵심은 결국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나를 잘 알아야만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가치나 일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나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나'를 이해하고 '욕망의 방향'을 재설정하면 '진정한 만족'을 얻어 '삶의 의미'가 생겨나게 됩니다.
(자신 이해 → 욕망 방향 재설정 → 진정한 만족 → 삶의 의미 탄생)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10분씩 이라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