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더하는 순간, 삶이 빛나기 시작한다

모모 - 미하엘 엔데 (공허함의 정체를 찾아서)

by 송민경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 책을 손에 들게한 최초의 계기는 바로 '공허함' 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직장, 집, 가족 등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며, 최고는 아니어도, 나름 안정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렇게 사는게 전부일까?'하는 진부한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이 '공허함' 이었던거죠. 어딘가 채워지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충족되지 않는 마음속 깊은 곳의 허전함. 그리고 이런 감정은 꽤 오래전부터, 챗바퀴 같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에게도 매우 익숙한 감정이고, 어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늘 우리 곁을 맴도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공허함을 느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회피형'으로 술, 게임, TV, 쇼핑등 순간 순간의 기분 전환과 쾌락을 추구하며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갑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타인의 인정이나 성취감 등 '대체 감정'을 좇는 유형이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에 자신을 지나치게 소모하거나, 지속적인 자기계발 혹은 자격증을 취득하며, 그때 그때 얻는 성취감과 타인의 인정 등으로 공허험을 메우기도 하구요. 심지어 부모들 중에는 아이에게 자신의 성취감을 투영하며 만족감을 얻으려 하기도 합니다. 결국, 공허함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채우려고 애쓰지만, 정확한 원인을 몰라 헤메는 마음속 깊은 곳의 해소되지 않는 숙제 같은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수많은 책들 속에서 제가 느끼던 이 감정의 정체와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책이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 입니다.

timo-scheu-coverfinal-as.jpg

모모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랑스런 아이 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업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회색 신사들이 마을에 찾아와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활동해서 사람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 그들은 시간은 돈임을 강조하고, 두려움을 조장하면서, 오직 돈이 되는 일들로만 일상을 채우며 성공에 전념하게 만드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시간을 아끼고 불필요한 일들을 생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의 기쁨과 보람을 잃고 점점 피폐해졌죠. 결국 그들은 오직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는 사람들로 변모해갑니다.



"시간을 아낀 사람들이 옛 원형 극장 인근 마을 사람보다 옷을 잘 입기는 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눈빛에는 상냥한 기미 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 모모 中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시간을 아껴 성공과 인정을 좇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삶의 의미를 잃고 피곤함과 불만만 가득해졌습니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희생한 결과, 우리에게 남은 것은 결국 불안과 지루함, 그리고 우울함뿐이었죠.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 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게지.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 모모 中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회색 신사들의 영향력

4ffc2836-43f9-4f8a-9e26-b72ef6c3f792.jpg

먼저 회색 신사들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색 신사는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고,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에 스며드는 존재입니다. 그들은 우리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인정 욕구를 자극하며, 시간을 아껴 성공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인간성 내부에 존재하는 가장 강열한 갈망은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다." -존 듀이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소모하게 되고, 눈빛의 따스함이 사라지기 시작하죠. 심지어 여가 시간 마저도 효율적으로 사용하야 한다고 생각해,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즐거움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오락거리를 찾아 헤매게 합니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들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자, 넌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했지? 우리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보자.– 모모 中


회식 신사들은 모든 것을 '유용성', 즉 '이익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산업회된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 스펙과 그 기준에 맞는 일들만이 가치가 있다고 보는 방식이구요. 그들의 영향력 아래 우리는 돈벌이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우정, 사랑 등의 정작 중요한 가치들은 성공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의미있고 알찬 시간을 보내는 데는 무관심해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개개인들의 만연한 스트레스와 무기력한 모습 이구요.



세상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며 자기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을 질투한다. -p48 <에피쿠로스의 네가지 처방>



부와 성공은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기 어렵습니다. 언제나 자신보다 더 성공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자신을 끊임없이 소모하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도, 결국 또 다른 성취할 목표가 기다릴 뿐입니다. 결국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이 현실을 깨닫고 나의 시간, 즉 내가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시간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있지" - 모모中



의미 중심의 삶, 내가 주인이 되는 시간

모모에는 ‘시간의 꽃’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이 시간의 꽃은 오직 그 시간의 ‘진정한 주인’일 때만 살아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즉 타인의 기준에 맞춰 스펙을 쌓기보다는 '내가 정말 설레고 가슴 뛰는 일들'로 나의 시간을 채워가야 한다는 의미에요. 회색 신사들 손에 들어간 꽃은 불에 타서 소모되며 그들을 더욱 불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 시간의 꽃이 피어나면, 그 시간은 향기를 발산하기 시작 하는데요. 이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 혹은 가치가 있는 일을 할 때 ‘시간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그렇게 의미 중심의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마치 향기처럼 주변에 좋은 영향과 감동을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ante-hamersmit-qg6MDcCWBfM-unsplash.jpg


의미가 가득한 시간 채우기

보통의 직장인들은, 중요 업무 위주의 To Do 리스트들로 계획을 세우는 것에 익숙합니다. 바쁜 하루기에 업무를 우선순위에 놓고, 정작 의미 있는 시간을 따로 관리하지 않게 되는데요. 아이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 봉사하기, 독서나 커피 한잔의 여유 등은 보통 빈 시간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관리하지 않는 이 의미 가득한 시간들이 결국 나의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많은 일들 속에서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나에게 진정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거예요.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다는 것은, 타인의 인정이나 사회적 성공과는 무관하게 내가 진짜 원하고 설레는 일들로 내 시간을 채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나의 하루하루가 그런 의미들로 가득 채워지면 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은 풍요롭게 변하고 감동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런데 나에게 진정한 의미를 주는 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주는 일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시작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닥친 시간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활동적 삶이 절대화 되면서 노동은 절대적 명령이 되고 인간은 일하는 동물로 전락하고 만다. 활동의 과잉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사색적 요소, 머무름의 능력이 완전히 실종되고 만다. 필요한 것은 사색적 삶을 되돌리는 일이다.

시간 위기는 위기에 봉착한 삶이 사색적 삶을 다시 자기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에 비로소 극복될 것이다.” - 한병철, 피로 사회中-



의미를 더하는 순간, 삶이 빛나기 시작한다

피로 사회, 시간의 향기의 저자이자 철학자 한병철은 이것이 사색을 통해 가능해 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결국 사색을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고, 시간의 우선순위를 의미순으로 바꾸는 것. 바로 시간 혁명이 필요한 것이죠. 성공이 목표가 아닌 나의 시간을 삶의 의미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갈 때, 나의 시간은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내기 시작하며, 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혼자 사색하며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쉽지 않습니다. 다음주부터 내 삶에 의미를 만들어준 책들을 하나씩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쓰며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 나갈 수 있었거든요.^^

나를 설레게 하는 의미가 가득한 일들로 채워가는 시간들을 발견해 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되지 않으신 가요? 그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제가 찾은 보물 같은 책들로 함께 설렘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의 Set Up 도구: 왜 "책"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