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무료한 연유는 처음이다.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게다가 6월 7일은 학교의 재량휴업일이다. 이 말들이 의미하는 것은 수요일에 기숙사에서 나와 일요일까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놀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 6월 모의고사를 치른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곧 있으면 기말고사라는 희대의 강적이 나를 만나러 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계획을 세웠다. 연휴를 충분히 즐기면서 공부를 할 알차디 알찬 계획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인 일요일에서 내 계획 중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래 나는 학원을 토요일에 간다. 그러나 이번주부터는 학원 선생님께서 기말고사를 더 빡세게 준비하기 위해서 수요일과 토요일, 즉 일주일에 2번이나 학원으로 오라고 하셨고, 수요일은 마침 현충일 전 날이었기에 조기퇴실도 했기에 학원에 들렸다가 집에 들어가면 딱 안성 맞춤이었다.
내 수요일은 그렇게 무난하게 지나갔다. 학원에 갔다가 집에 도착하여 변명에 불과하지만 모의고사를 치르며 고생한 나에게 안식을 가져다주기 위한 휴식을 만끽하기 위해 온가족이 모여 야식을 먹고 새벽까지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잠에 들어서 목요일에 일어났다.
수요일을 내다버리는 것은 내 계획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목요일은 하루종일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싶었지만, 기말고사가 30일도 남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만 해도 30일이란 기간은 매우 길게 느껴졌으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30일이라는 기간은 매우 짧은 기간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시험이 머지 않은 내게는 취미 생활을 즐길 겨를도 없이 공부를 해야했다. 난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지 않는다. 세세한 계획은 그 만큼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구속을 내리는 행위라고 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는 딱 3가지 였다. 통합사회를 시험 범위만큼 공부하고, 이번 시험 범위인 국어 문법도 공부하고, 수학도 공부하는 것. 딱 이 3가지만 완벽히 수행한다면 내 자신에게 난 칭찬을 아낌없이 내릴 수 있었다.
목요일에 눈을 뜬다. 그럼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일단 침대에서 뒤척 거리는 것이다. 계속해서 뒤척거리다가 이제는 휴대폰을 본다. 그러다가 이제 슬슬 침대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 일어나면 어느 덧 시간은 12시가 되어있다. 젠장. 항상 전날에 다음 날의 계획을 생각할 때에는 9시에 일어나기로 마음은 먹으나 막상 침대에서 나오는 시간은 12시가 넘어서였다.
일단 아침을 먹자. 아침을 먹고 씼기까지 하니 어느 덧 1시가 넘어있었다. 아직 공부할 시간은 많았다. 허나 눈을 뜬지 거진 3초 밖에 지나지 않은 나의 체감과는 달리 시간은 벌써 1시가 넘었다니. 학교 시간으로는 벌써 점심시간이다. 그러한 생각이 들자 한탄을 하고 싶어졌는데 마침 엄마가 거실에 있기에 엄마에게 나의 한탄을 쏟아부었다.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배달음식을 먹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시간이 벌써 5시가 되었다. 젠장. 이건 진짜 아니다. 나의 연휴가, 그것도 4일이나 되는 나의 연휴가 이렇게 허무하게 살아질 수는 없었다. 얼른 공부를 하자는 마음에, 난 사회와 국어와 수학 공부를 잠깐 하고 시간을 보았다. 벌써 9시가 되어있었다. 젠장. 뭘 하지도 않았는데, 목요일이 벌써 이렇게 지나간다고? 연휴를 기다리며 내가 꿈꿔왔던 이상과는 너무나 괴리가 컸다. 하.....
금요일이 되었다. 목요일은 9시까지 공부하다가 또 배달음식을 시켜서 야식을 먹고, 어쩌다 보니 12시가 되어서 핸드폰을 좀 만지작거리다가 잠에 들어서 금요일에 눈을 떠버렸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조금 뒤척거리다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또 12시였다. 금요일도 오후 12시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목요일과 똑같은 하루가 되었다. 아침먹고, 씼고, 잠깐 거실에서 가족이랑 대화하다가 배달음식을 시켰고, 그러다가 5시가 되어서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서 공부를 좀 하다보니 9시가 되었고, 마침 엄마가 야식을 먹자고 해서 야식을 먹고나니 또 12시가 되었고, 다시 잠을 잤다.
토요일이 되었다. 아? 왜 이리 시간이 빠르지? 토요일은 학원을 가야하는 날이다. 2시 20분 까지 학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먹고 학원을 갔다가 집에왔다. 5시가 되었다. 벌써 5시라고? 머리 좀 식힐겸 공부를 하자. 7시가 되었다. 토요일은 엄마는 직장에 가는 날이고, 아빠는 출장, 형은 알바를 하러 갔기에 집에 나 혼자였다. 그러다가 7시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모둠 회 먹을래?"
이 한마디에 나는 바로 ok싸인을 보내고 8시에 퇴근한 엄마랑 회롤 먹고나니 벌써 10시가 되었다. 이럴수가. 말도 안돼. 어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짧아져만 가는 건지. 잠깐 침대에 누워서 머리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고 잠시 침대에 난 누웠다.
눈을 떴다. 분명 잠시만 침대에 누워 있을라고 했더니만, 핸드폰을 열어보니 내게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알린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난 이번 연휴 동안 뭐 한 것도 없고, 아니 대체 왜 오늘이 일요일이란 말인가? 아니 일요일이라는 소리는, 오늘 내가 다시 기숙사를 들어가야한다는 소리 아닌가? 이건 미쳤다. 이럴 순 없는 것이다. 뭐 이리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이지? 내일, 즉 월요일에는 수행평가도 있다. 그걸 준비해야한다. 말도 안돼.
뭘 어쩌겠는가, 그냥 순응하자. 일요일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안믿길 줄이야. 기숙사 들어갈 준비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