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기숙사는 허전....
1학기 까지만 해도 기숙사의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밀집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가 시작하면서 얼굴들이 사라졌다.
2학기가 되어서 기숙사에서 살다보면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 최근 들어서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사람은 기숙사에서 탈출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3이다. 들리는 말로는 수능 날에는 기숙사에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등교를 해야하기 때문에 수능을 위한 루틴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3학년이 나가기 시작하니 그 기세를 이어받아 2학년도 기숙사를 탈출하는 사람이 많았다. 친했던 사람들이 떠나갈 때는 그렇게 가슴이 아플 수가 없다.
1학년은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2학기가 되며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고 인원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1학년은 아무리 늘어봐야 기숙사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3학년과 2학년의 수가 훨씬 많았다.
최근에 수능이 끝났다. 3학년 중 최후의 2인이 남았다. 두 사람 모두 나랑 친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수능 전날까지도 기숙사에 남아 있던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이미 수시 합격을 해서 상관이 없는 건가?", "수능 루틴을 만들지 않아도 잘 보겠다는 자신감인가?" 등등.
수능 전날까지 면접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래도 수시 합격을 하고 면접을 준비하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기는 하다.
"너무 허전해"
기숙사가 굉장히 허전하다. 3월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6인실에 6명 모두가 가득 찬 상태로 취침을 했다. 그 때는 창문을 닫고 잔다면 다음 날 아침에 공기가 그렇게 쾌쾌할 수가 없다.
3월에는 자습실도 빽빽했다. 빈 자리가 찾기 힘들 정도였으며, 3학년과 2학년 선배들도 매우 많다보니 1학년 근처에 선배들이 위치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3학년이 좀 무서워서라도 강제로 공부를 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기숙사의 모습은? 6인실인데 3명이서 쓰는 방도 있고 나 같은 경우에는 2학년 1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1학년 3명이서 생활한다. 방 크기는 그대로이고 사람만 줄어들었을 뿐인데 어째 방이 더 넓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허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습실은 대부분의 자리가 빈 자리가 되었다. 나랑 같은 방을 공유했던 3학년 형의 자리, 오고가고 인사 좀 했던 서먹서먹한 사이였던 3학년의 자리, 내 옆방을 쓰던 3학년의 자리. 수 많은 자리가 빈자리가 되었다.
자습실은 독서실 책상이 밀집하게 붙어있는 구조인데, 한줄은 그냥 통째로 사람이 없다. 3월과 비교할 때면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고3이 된다면 나도 저렇게 될까? 기숙사에서 1학기 까지만 생활하고 2학기부터는 퇴사할끼? 지금의 나와 같은 1학년들이 다 그렇게 되는 걸까?
정신을 차리고 봤더니 나는 벌써 고1의 끝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1년 뒤도 아니다. 앞으로 몇 개월 뒤면 후배들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2학년이 된다.
"내가 보낸 1년은 무엇이었을까?"
초등학교는 6년이라 그런지 꽤 길었던 시간처럼 느껴졌다. 중학교는 3년이라 그런지 비교적 짧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더니 시간이 그냥 나를 무시하는 것만 같다. 뭐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사람이 오래 살면 살수록 시간의 흐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는데, 내 기억상으로는 5살의 1년이 60살의 5~!0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살다보면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지겠지. 나도 저 떠나간 3학년들처럼 수능을 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도 하면 좋고.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기 때문이다."
난 깊은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하며 산다. 가능하면 단순하게만 생각하자고. 그렇게 살아왔다. 미래에 나는 내가 알아서 잘 살겠지. 한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