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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Nov 18. 2024

이것만 쓰고 공부 하게씀미다.

공부하기 싫어요...ㅠㅠ

 공부를 해야합니다. 숙제를 해야합니다. 근데 너무 하기 싫어요. 그래서 오늘은 글쓰는 걸로 시간을 끌어볼 것입니다. 글 쓰는 것도 뭐 어찌보면 공부의 연장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무엇을 주제로 글을 써야할까요. 고작 공부하기 싫다는 이유로 글을 쓰는 제가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한심해 보이나요? 아니면 글이라도 쓰는 모습이 대견한가요? 아 뭐 어찌 생각하시든 제가 알 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큐브 맞추는 게 너무 재밌더라구요. 초등학생 때 알뜰시장에서 우연히 구입한 후부터 큐브를 맞춰보기 시작했다가 몇년동안 잠시 제 마음 한켠에서 묵혀두었는데, 저희 반에서 갑자기 큐브 열풍이 불더라고요?

반에서 한 친구가 큐브를 학교로 가져온 것을 계기로 제 마음 속에 먼지가 진득하게 쌓인 큐브에 대한 애정을 꺼낼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부터 큐브를 가져와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죠.


 저는 33큐브를 맞추는 데에 일반적으로 15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큐브 선수 활동을 하시거나, 큐브에 관해서 진실된 애정을 가지신 분이라면 제 기록이 우스우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 저희 반에 있을리가 ㅋ

 제가 큐브를 가져와 현란한 손 솜씨로 맞추자마자 너도나도 "나도 맞춰볼래! 큐브 어떻게 맞추는 거야?", "나도 알려주면 안돼?"라는 말이 쏟아지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줄 때의 행복, 여러분도 느껴보셨나요?"


 너도나도 제게 큐브를 알려달라며 달려드는 모습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채 지나지 않아서 반의 남자 애들은 큐브를 기본 소양으로 장착하였습니다. 저를 통해 큐브 맞츠는 법을 배우며 큐브에 대해 알아가고, 큐브를 맞추는 과정과 최종적으로 완성했을 때의 쾌감. 친구들은 그게 그렇게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저희반 애들은 수업시간에 몰래 핸드폰을 참 많이 합니다. 근데 이제는 몰래 큐브를 맞추더군요. 아,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빠가 자식을 보는 심정이랄까요. 물론 저는 모태솔로기는 합니다.

 몰래 큐브맞추다가 걸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 숙제가 어느정도인지 알려드릴까요? 뭐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면 제 숙제의 양도 하찮아 보이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제 글 따위나 읽고 있겠습니까? 아 물론 읽어주신다면 쌉 감사합니다.

 제 숙제의 양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내일 까지 해야할 것은 20분 짜리 인강 8개를 듣고, 330개 정도의 단어만 외우면 됩니다. 원래 일주일치 숙제인데, 하....... 너무 게으른 탓에 학원을 가는 전날까지 숙제를 미뤄버렸습니다.

 숙제 이야기를 하니 제가 숙제에 관한 제 생각을 썼던 글이 생각나네요. 사실 그때 적었던 글도 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고 글을 썼던거라, 지금 이 글을 쓰는 목적이랑 동일하네요. 아마 앞으로도 숙제가 귀찮아서 이런 자잘자잘한 글을 쓰게 될까요. 그래도 굳이 거창한 의미를 담는 글이나, 뭐 그런 글들이 아니어도 글쓰는 건 괜찮겠죠?


 "글을 쓰는 건 제 만족이니까요."


 최근에 4만 5천원짜리 샤프를 샀습니다. 네, 제가 산 건 아니구요. 중간고사 끝나고 수고했다고 엄마가 선물로 사주셨어요. 그래서 비싼 만큼 특별한 기능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고급져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입니다. 요즘은 근처 마트나 그런 곳만 가더라도 아무리 비싸봐야 2만원 정도 되는 샤프가 참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죠. 샤프심을 세게 누르면 들어간다던지, 샤프를 흔들어서 심을 나오게 한다던지, 뭐 참 여러 기능이 많죠.

 그런데 제 샤프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그냥 버튼 누르면 샤프심이 나오는 게 끝이에요. 근데 왜 4만 5천원이나 할까요? 가격이 비싸서 그냥 멋져 보였던 걸까요?


 저는 공부할 때 필기도구를 중요시 여깁니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저는 장인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고 비싼 샤프를 손에 쥐고 있다면 공부가 하고 싶어집니다. 샤프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공부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죠.

 눈 앞에 컴퓨터가 있다면 게임이 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그래도 샤프 가격이 좀 비싸면 어떤가요. 제가 만족했잖아요. 뭐 기능 좀 없으면 어때요. 제가 만족했잖아요. 제가 만족하면 된거지 뭘 더 바래요. 그쵸? 제 친구들은 참견이 너무 많아요. 그런 기능도 없는 샤프를 뭔 4만 5천원 씩이나 주고 샤나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사줬어"라고 하면 모두가 입을 닫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가 만족했잖아요. 그죠?

 자신이 만족하면 된거죠.


 "우리 모두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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