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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Kim Dec 16. 2023

'0'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숫자 0, 아무것도 없다


0 : 통장잔고가 ‘0’이다.

0 : 자산이 ‘0’이다.

0 : 노후준비가 ‘0’이다

0 : 나는 다시 가난해졌다.


나는 올해로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 덕에 회사에서는 나를 ‘이사’라고 불러준다.

신랑과는 맞벌이를 하면서 조금 늦은 나이에 낳은 두 아이가 올해로 9살, 4살이다.

5년 전 대출을 받아서 처음 이 집을 장만했을 땐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서울에 내 집이 있다는 게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사실, 나는 가난하게 자랐다.

항상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풍족한 날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내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난은 쉽게 말해, 돈이 없다는 것은 강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내면이 약한 나에겐 가장 쉬운 핑곗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나의 시선은 늘 외부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가 어떤 모습인지가 중요했다. ‘이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월급을 받지만 이번달을 벌어서 이번달을 살아가는 삶은 사회초년생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체면치레를 하느라 씀씀이가 몰라보게 커져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제는 ‘0’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 되어 버릴 정도였으니 당연히 노후자금은커녕 남들 다한다는 주식투자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다.


이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재무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매월마감, 매월자금분석, 분기마감, 반기마감, 연마감, 매년 두 번의 감사, 매년 3번의 예산작업과 매월 예측치 업데이트 등등 회사 통장과 재무상태와 관련해서는 단돈 1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심지어 그 시간들은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내 통장은? 내 자금분석은? 우리 두 아이의 교육비는? 그리고 신랑과 나의 노후자금은? 20년을 일했지만, 월급은 내 통장에 왔다간 흔적만 있을 뿐 그 실체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마치 상상의 동물 유니콘처럼 말이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들 알지 않은가? 회사는 내가 일하고 싶다고 해서 원하는 나이만큼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직이 쉬운 건 더더욱 아니다.


이렇게 45살에 나는 다시 ‘0’이 되었다.

두 아이의 교육비와 무엇보다 은퇴 후 50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후다닥 엑셀 파일을 열어서 나의 재무상태가 어떠한지 하나하나 기록을 했다.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결과를 알고 시작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오답이 가득한 시험지를 채점하는 학생처럼 무척이나 괴로웠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을 모두 정리했다. 요즘엔 토스(Toss)라는 앱뿐만 아니라 내가 거래하는 은행앱에서도 내 이름으로 개설되어 있는 모든 계좌를 조회할 수 있으니 통장정리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산과 부채를 나눠보았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하는 추가 수입을 일으키는 자산은 현재로서는 '0'이다.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달 은행에 대출을 갚아야 하고, 각종 관리비를 내야 하는 이 집 역시, 명백한 부채이지만 회계적 관점에서 자산과 부채를 나눠서 정리를 했다.


현재 수입은 월급명세서를 보고 세전금액, 원청징수액, 세후금액으로 기록했고, 지출은 통장과 카드 사용내역을 펼쳐두고 정리를 했다. 분명히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인데 잔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쓰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실상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험료도 보험의 종류와 금액, 만기 일자까지 모두 기입을 했다.


매달 지출되는 자녀교육비까지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낙원계산기'를 통해 내가 필요한 노후자금을 확인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낙원계산기'라고 검색을 하면 손쉽게 자신이 필요한 노후자금을 계산할 수가 있다.) 현재 나의 재무상태를 파악했고, 미래에 필요한 예상 자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수행을 했다.


만약 내가 60세가 되는 시점에서 일을 하지 않고 월 500만 원의 고정 수입을 얻고자 한다면, 나는 그 수입의 원천이 되는 자산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1회성으로 끝나는 수입이 아니라, 나에게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된 것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영속적으로 내 통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자산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제 목표가 정해졌으니 가면 된다.

가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면 방법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했다.

방법은 모르지만, 가야 할 길은 안다.

앞으로 나만의 자산을 만들기 위해 가고 있는,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얘길 하려고 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숫자 1, 하루 - 하루의 중요성에 대해서 연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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