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니 Sep 03. 2021

나는 엄마다

열 줄 쓰기

나는 엄마다. 


엄마라는 무덤을 내 손으로 직접 팠다.

무덤 앞에서 꺼이꺼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돌보아지지 않은 무덤은 풀이 함부로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풀에 뒤덮여 그 형체가 거의 사라질 지경이었다.


그제야 나는 생각했다. 아, 내 무덤!


허겁지겁 풀을 베어냈다.  

벌초가 끝났을 때 자태를 드러낸 것은 무덤이 아니었다.


초록의 것들이 존재감을 뽐내는 생명의 자리였다. 


엄마라는 무덤에서 나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


글쓰기 모임에서 '나는 엄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열 줄 짜리 글을 써보라고 했다.

엄마를 떠올리는 순간 바로 무덤이 연상됐다. 엄마가 되고 나서 죽지 못해 살았던 시간이 바로 얼마전까지 있었다.

아직도 엄마라는 자리가 무겁지만, 엄마가 된 덕분에 과거의 나를 벗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엄마라는 왕관의 무게가 준 선물이다. 

아이는 매일 내게 새 세상이 있다고 알려주려 애쓴다.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고 이제 어두운 터널밖으로 나가자고 낑낑 댄다. 

시를 쓰고자 한 건 아니었는데 학창시절 이후로 처음 시를 써본 셈이 되었다. 

한 줄 한 줄이 모두 내 엄마 인생의 역사다.


작가의 이전글 수학 머리 조작 사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