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풀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너무 개운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야 합니다. 어제 베를린 공항에서부터 오면서 느낀 건데, 베를린에는 이런 스티커들이 길거리에 정말 많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라피티랑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느낌이 저한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베를린 특히, 동독 지역의 상점들은 개성 있고, 멋진 상점과 책방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숙소를 나와 처음으로 마주친 안경점 역시, 영화와 안경을 연관 지어 디스플레이한 모습이 재밌었어요.
안경점을 지나 지하철을 타기 전, 어제 노선도에서 봤던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5년 전 대학에서 이완배 기자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기자님이 강연 중 언급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움직이지 않는 자는 자기를 옳아 맨 사슬을 눈치채지 못한다!"라는 로자 명언이 지하철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것 역시 기억에 남아 독일 사람들을 어떻게 그를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잔디밭이었습니다. 과거 러시아에서 레닌을 숭배하는 방식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내심 권위주의 적인 북한이나 러시아의 공산주의 흔적을 기대한 저는 실망도 했지만, 오히려 위인이라고 해서 위화감이 드는 분위기보다는 이런 분위기에 편안한 분위기에 제가 기억하는 역사 속 인물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베를린 장벽으로 유명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갔습니다. 사실 베를린 장벽에 가보는 게 이번여행에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첫인상은 너무 평범한 콘크리트벽 같이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이 허접한 콘크리트벽으로 수십 년을 갈라놨다는 사실에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둥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는 점도 신기하고요.
베를린 장벽의 아쉬움과 복잡 미묘함을 뒤로하고 체크포인트 찰리에 갔습니다. 이곳 역시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입니다. 지금이야 뜬금없이 길 한복판에 검문소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40년 전에는 판문점 같은 역할을 하던 곳이라니...
한편으로는 부럽고, 역사적인 장소에 와 봤는 것에 기분이 새롭지만, 제 머릿속에는 '화랑, 담배'로 대표되는 경계 근무자 수하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베를린의 소울푸드 '도네르 케밥'을 먹었는데, "케밥이 거기서 거기지"하고 한입 베어문 순간, 런던 도네르 케밥보다 훨씬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꼭 드세요.
케밥을 맛있게 먹어주고, 다음으로 간 곳은 베를린 소녀상입니다. 올해 5월에 일본 외무상이 베를린 시장을 만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체크포인트 찰 시에서 지하철로 20분가량 걸려 도착한 곳은 작은 아파트 단지에 작은 광장이었습니다. 일본 외무상이 베를린 중심가도 아닌 작은 광장에 외롭게 설치된 동상까지 해체하려는 노력을 떠올리니, 그들이 얼마나 본인들의 잘못을 숨기려 노력하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가 있는 미테로 돌아가는 길, 탈모인이 많은 유럽 답게 맞춤 제품도 많습니다. 슬프네요
그냥 숙소에 들어가는 게 아쉬워서, 미테지구에 있는 비르츠 비 슈바넨(Merz b. Schwanen) 매장도 들려봤습니다. 비르츠 비 슈바넨은 루프 휠러라는 전통 직물 생산 방식을 부활시켜 원형을 그리면서 원단을 만들어 티셔츠를 제작하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1분에 1M 밖에 직물을 뽑아내지 못하는 매우 클래식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가격이 쉽지 않습니다.(흰 티 하나에 10만 원 정도?) 5만 원 정도 되면 하나 사볼까 싶었는데 가격표 보고 바로 출구로 달렸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아니 그냥 순댓국 10번 사 먹을래ㅋㅋㅋ)
대신 미테 지구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김이 나는 에스프레소에 얼음 하나 띄운 자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주고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좋았어... 음....)
오늘 한 줄 요약
1. 길거리에 붙여진 스티커가 매력적이다
2. 베를린 장벽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3. 체크포인트 찰리는 군필들에게 암구호를 떠오르게 만든다.
4. 일본 정부 (뒷말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