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소녀와 소녀
홍씨가 손님에게 밤을 몇 개 더 얹어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장 내 이름난 수전노 홍씨가.
-뭐 좋은 일 있어?
… 싫음 내놔. 아이고 낙장불입 몰라? 손님은 신이 나서 떠나고, 그 경쾌한 발소리를 들은 춘숙이 물었다.
-어디 아파?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는데.
죽었지. 정말 죽었어.
누가?
그때 춘숙도 몇 푼 내었으니 알아야지 암. 홍씨는 미주알고주알 첫 번째 편지의 전말을 속삭였다. 행여 다른 이가 들을까 주변을 살피느라 두 눈이 바빴지만, 그는 정작 붕대로 얼굴을 동인 춘숙의 표정은 알 턱이 없었다.
사내의 죽음은 빨리 퍼졌다.
개새끼라더라,
것도 과분해. 개차반이라더라,
개차반은 무슨, 뒷간 똥보다 못한 새끼.
이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는데, 남자는 외모 인성 행적 고루고루 욕을 먹었다. 그러나 이미 죽었으므로 애석하게도 장수의 기회는 없었고.
-그런데 어떻게 죽었대?
-어찌 죽긴, 내가 전한 편지에 죽었지.
고운은 사람들이 남자의 사망 경위에 관심을 가질까 약간 걱정했으나,
편지를 배달한 인력거꾼 김씨의 의기양양함에 물음은 조용히 묻혔다.
고로, 고운은 다시금 마지막 편지를 어떻게 꺼낼지 궁리할 새가 생긴 거였다.
그녀는 그날 밤 보았던 코우즈키 집을 떠올렸다.
농보다 작던 아이들 방.
소녀들이 지른 비명.
편지를 맞잡은 아이의 눈 밑 점.
일층에서 헉헉거리고 올라오던 집사 아재.
고운은 아재가 삼층에 도착하기 전 복도 끝 방에 몸을 숨겼는데.
얼마가 지나. 아이들 추궁을 마친 아재가 도로 내려가는 발소리가 났다.
그제야 숨을 돌린 고운은, 꽃향기를 맡았다.
어두운 방 안쪽에, 화려한 장식품, 신식 전화, 화병에 담긴 탐스러운 생화, 그리고 푹신한 침대에 여자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가는 팔목엔 주사가 꽂혀있었는데.
이런 방을 쓸 사람은 딱 하나, 코우즈키 딸이겠지.
속 편히 잘 자네. 생각한 고운이 아이 얼굴을 보았을 때
어?
시장 사진관으로 가 코우즈키 딸 사진을 확인한 고운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날 시장통에서 사진을 찍은,
코우즈키의 딸이라 했던 소녀의 눈 밑엔 점이 있었다.
소녀.
코우즈키가 딸로 위장시킨 소녀.
마지막 편지를 가진, 눈 밑에 점이 있는 소녀.
어떻게 하면 네가 편지를 갖고 밖으로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