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디선가 너를 찾는 전화가 울리고
말했다시피, 조선에 들어온 수만 가지 중 하나인 전화,
이 전화를 유독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편국 마사키였다.
편지라는 게 말이야. 얼마나 정감 있어.
하고 싶은 말을 고치고 가다듬어, 마음을 담아 봉투를 봉해, 언제 답장 올까 밤낮으로 기다려.
고작 전화 따위와 견줄 수 있냔 말이지.
그런데 그 쌍것이 조선까지 넘어와선 하필 우편과 한 지붕 살이를 했다.
전후를 따지면, 엄연히 우편이 먼저! 전화가 굴러들어 온 돌!인데
전화는 요금이 비싼 탓에 우편의 수익 성과를 금세 앞질렀다.
전화국 놈들은 지들이 뭐라도 되는 양, 직급으로 따지면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마사키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었고.
특히 마사키의 신경을 긁는 건 태영, 얼마 전 일본에서 온 조센징이었다.
일본의 꽤 이름 있는 가문 출신이라는데 조센징이 어떻게 그런 뒷배를 얻은 건지 이해되지 않았고.
길거리에 널린 조센징들처럼 정수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게 아주 신물이 났다.
내 조만간 한 번 손 봐주리다. 마사키는 부득부득 이를 갈았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터였다.
사방에서 전화가 울렸다.
코우즈키 집에도 전화가 울렸다.
조심스레 들어 올린 수화기 너머로 전화교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코우즈키씨 댁으로 온 전화인데, 연결하시겠어요?
-네.
전화를 받은 소녀는, 코우즈키씨가 안 계시다는 말을 꺼내려는데, 상대가 더 빨랐다.
-동무의 여동생을 찾고 있는데요.
3층 코우즈키 딸의 방에서 수화기를 든 소녀의 눈이 흔들렸다. 숙희였다.
-동무가 편지를 쓰면서, 봉투를 바꿔 담은 모양이에요. 동생에게 갈 편지가 제게, 제가 받을 편지가 동생에게 간 것 같더라고요.
-경수 오라버니요?
-네.
고운이 편지가 바뀌었다 거짓말하기로 한 것은, 그날 밤, 분명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라버니. 부르는 소녀의 잠꼬대를.
이름이 경수인지는 몰랐다만.
이제 약속 장소를 정해, 오라버니의 가짜 편지와 소녀의 편지만 바꾸면 모두 끝날 일이었다.
후.
고운이 한숨을 다 쉬기도 전에, 일이 틀어졌다.
-오라버니가 뭐라고 편지를 보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