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두 번째 편지
만주 들판을 내달리는 고운의 발이 가벼웠다.
얼굴을 에는 칼바람마저 다정히 느껴진 건
민형이 상해에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다친 데는 없어? 작전은? 또 안 가도 되는 거지?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말을 아끼려는 건 아니었는데
-왔어?
끝이야?
고운의 짧은 인사에 민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고운이 다시 입을 벌리기 전에,
형. 보고 싶었어. 고생했어. 동료들이 둘 사이를 끼어들었다.
얼싸안는 놈들 너머, 고운과 민형은 눈으로만 서로를 살폈다.
서로의 얼굴은 다소 야위었고
곳곳에 상처와 굳은살이 생겼고
옷에 미처 빨지 못한 핏자국이 있었다.
민형이 없는 사이, 상관 백탁이 민형의 작전 소식을 종종 전했다.
하지만 고운은 다른 입을 통하지 않더라도 민형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얼추 알고 있었다.
민형은 고운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잘 지내?로 시작하는 편지는 늘 잘 지내라는 인사로 끝났다.
-작전은 어땠어?
-군인을 죽였어. … 근데 너, 답장 한 번을 안 보내더라?
고운은 민형에게, 괜히 편지를 보냈다 위치라도 발각되면 어쩔 셈이냐. 말했지만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핑계였다.
몇 번이고 종이를 놓고 앉았는데, 와,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있다니,
‘잘 지내?’까지 쓰고 나면, 고운은 그다음을 적지 못했다.
그때 행운의 편지라는 걸 알았다면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줄줄 적었을지도 모른다.
편지는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준다는데,
지구 몇 바퀴를 돌더라도,
내가 네게 행운을 줄 수 있다면.
그러니까, 일곱 통의 행운의 편지,
그 두 번째를 지닌 쌀집 아지매가 정한 타케트는 군인이었다.
-군인한테 편지를? 어떻게 전한대?
-이미 줬대. 쌀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