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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17. 밑창

by juyeong

두 번째 편지를 받는 순간, 쌀집 아지매는 곧바로 그 군인을 떠올렸다.

잘난 것 없는 눈, 코, 입이 아니라

군화 때문이었다.

놈은 유독 크고 높은 군화를 신었건만

애석하게도, 쌀집 아지매보다 키가 작았다.

그리고 그것이 놈의 알량한 심기를 건드렸고.


-굽혀.


곧장 아지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여지없이 엎어진 아지매는 다리에서 피가 났지만, 마음엔 피눈물이 흘렀다.

쌀집 도처에 놓아둔, 나는커녕 내 새끼도 한 번 먹여 본 적 없는 귀한 쌀알이 바닥에 흩어졌다.


-아이구. 이 귀한걸.


놈은, 한알 한알 쌀을 줍는 아지매의 손을, 가차 없이 짓밟았고,

이를 본 딸은 군인에 덤비어 흠씬 맞았다.


-엄니를 봐서, 안 가면 안 될까?


아지매의 딸은 그 길로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오는지 말도 안 하고 떠나는 딸의 가방에, 아지매는 쌀 한 줌을 넣어주었다.

그날 이후, 아지매는 딸 생각에 잠 한 번 편히 잔 적이 없다.

그러니 편지를 받은 아지매가 다른 이를 생각할 리가.


여느 날처럼 쌀을 들고 집으로 가는 군인의 걸음은 가벼울 것도 무거울 것도 없었다.

다만 헐거웠다.

키가 작은 그는 발이 작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유난히도 큰 군화를 신었다.

그래서 끈을 꽉 매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오늘따라 끈이 자꾸만 풀어졌다.


-누가 내 생각을 하나?

-응. 니 생각을 하지.


어둠 속에서 뜻밖의 답변이 들렸다.

칼바람을 맞으며 달려온, 고운이었다.


* 설 연휴가 지났네요.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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