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두 번째 편지 뒷장
-상해에서 죽인 군인은 어떤 놈이었어?
고운은 민형에게 물었다.
잔인했어. 아니 잔혹했어. 조선인 배에 칼을 찌르면서 웃는데,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였어.
민형은 분명 그를 절벽에서 떨어뜨렸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다음번 상해 작전을 나간 고운은 보았다.
웬 군인을.
씨익 웃으니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생기는 놈을.
고운은 목덜미를 따라 오소소 솟아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설마.
그래서 고운은 쌀집 아지매가 편지를 건넸다는 놈의 얼굴이 궁금했다.
정확하게는 놈의 볼에도 보조개가 패일지 궁금했다.
-누가 내 생각을 하나?
-내가.
커다란 군화를 신은 놈이 목소리를 향해 뒤를 돌았다.
놈과 고운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굳이 보조개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 눈빛이 아니야.
놈이 아니니 지체할 필요가 없지. 고운은 주머니에서 꺼낸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뭐야. 처음엔 당황한 녀석도 고운을 향해 총을 빼 들었지만, 이를 걷어차는 고운의 발이 더 빨랐다.
총을 주우려던 놈은, 풀려버린 제 신발끈을 밟으며 넘어졌다.
고운이 엎어진 놈의 모습에 참 보잘것없구나, 생각할 때였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군화는 고운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는 바닥에서 주운 짱돌이 들려있었다.
퍽. 돌에 맞은 고운의 머리에서 뜨끈한 피가 흘렀다.
-군인을 상대할 땐 말이야, 생각을 하지 마.
고운은 민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네가 귀에 딱지 앉도록 말했는데, 깜빡했네.
-이거 미친년 아니야.
민형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는지, 고운의 표정을 본 군인의 얼굴이 마구 구겨졌다.
그렇다면야. 미친년을 상대하는 게 어떤 건지 기대에 부흥해 줘야겠네.
얼마 후.
벽을 더듬으며 걷는 춘숙의 발에 뭔가 치였다.
-거기 누구요?
상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신발이 벗겨진 채, 발꿈치가 끊어진 채 차게 죽은 군인의 시신이었다.
그의 발치에는 두 번째 행운의 편지가 떨어져 있었다.